4~5% 고금리 채권 불티… 올해 개인 순매수 10조 넘었다

입력 2022-08-25 04:03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 시장이 활기를 잃어가자 올해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액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채권은 은행의 예·적금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해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채권도 가격이 변동하므로 무턱대고 매수했다가는 되레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채권을 10조309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연간 순매수 금액인 4조5675억원의 배를 훌쩍 넘어섰다. 연간 기록으로 2007년(6조5143억원) 이후 사상 최대치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는 최근 채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판매 포인트로 삼는 채권의 특징은 고금리다. 제1금융권 예·적금 금리가 아직 연 3%대 후반인데 비해 A등급권 채권의 이율은 연 환산 4~5%대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이 판매 중인 ‘푸본현대생명보험20(후)’의 세전 이율은 5.81%다. ‘중소기업은행(IBK) 조건부자본증권(상)2209이(신)영B-12(사)’ 채권은 4.46%를, ‘신한은행26-05-이-영구5갑(신)’ 채권은 4.49%를 수익률로 내세운다.

NH투자증권에서도 ‘우리은행17-11이(신종)30갑-13’ 채권 금리가 5.68%에, ‘하나은행(외환은행)36-10이30갑-25(신종)’ 채권이 5.45% 금리에 판매되고 있다. 저축은행 특판예금 금리(4%대)와 비교해도 수익성이 좋다. 이들 모두 신용 상태가 우수하며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A등급 이상 상품이다.

다만 높은 금리에 눈이 멀어 무턱대고 채권을 거래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우선 채권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발행기관이 파산하거나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휴지조각이 돼버린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 기관이 발행한 채권을 매수하는 게 안전하다.

채권의 현재가와 만기 때의 가격이 같을 것이란 보장이 없으므로 채권 가격도 고려 요소다. 1만원에 표면금리 5% 채권을 매수했는데 1년 뒤 가격이 8000원으로 내려가면 최소 1500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해외채권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채권가격과 표면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거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속도가 조절단계에 들어갔다고 판단될 때가 매수 적기”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