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을 통해 유출됐다. 대통령 외부 일정은 경호상 이유로 행사 종료까지 일정 자체가 비공개다. 출입기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은 대통령 외부 일정 시간과 장소를 김 여사 팬클럽은 알고 있었던 셈이다. 김 여사 팬클럽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공식 공보라인이 아닌 팬클럽을 통해 공개됐다. 사진을 팬클럽에 보낸 사람은 김 여사 본인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건희사랑 회장을 지냈던 강신업 변호사는 각종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강 변호사는 지난달 “요즘은 (김 여사와) 교류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여사도 지인들에게 “강 변호사와 전혀 교류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런데 팬클럽을 통해 외부 일정이 유출됐다. 강 변호사와는 교류하지 않지만, 팬클럽과는 교류하고 있다는 말인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집무실·관저 관련 의혹 및 사적 채용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조사 대상이 대부분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이다. ‘김건희 특검법’ 얘기도 나온다. 야당의 정치적 공세 성격이 강하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김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빌미를 제공한 게 사실이다.
지금 대통령실은 소속 직원들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벌이고 있다. 일부 직원은 보안 유출 혐의로 사직했다고 한다. 이번 대통령 일정 유출 과정도 철저하게 감찰해야 한다. 감찰에 그칠 게 아니라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5월 사진 유출 논란을 특별한 조치 없이 흐지부지 넘어갔다. 팬클럽 회장이 일으킨 정치적 논란도 문제 삼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경호처를 통해 진상을 파악하겠다”면서도 “일정이 알음알음 알려졌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원들이나 국회의원 보좌관 등에게 이미 알려진 정보였다는 취지다. 진상조사가 막 시작됐는데, 당원을 핑계 대며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이런 사건들을 계속 내버려두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