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도시가스 비상

입력 2022-08-25 04:10

윌리엄 머독은 초기 증기기관을 개량해 내연기관 시대의 문을 연 엔지니어였다. 1792년 그는 레토르트라는 소형 압력기에 석탄을 넣고 1000도로 가열해 석탄 가스(coal gas)를 만들어 집을 환하게 밝혔다. 가스가 실험실을 떠나 처음 실용화된 사건이었다. 이때부터 가스등은 토마스 에디슨의 백열전등이 나올 때까지 유럽의 밤거리를 낭만적으로 밝혔다.

조명에서는 전기에 밀렸지만 사람들은 가스가 조리와 난방에 유용하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영국의 노스햄프턴의 가스회사 직원 제임스 샤프는 1826년 석탄과 장작을 대신하는 가스 스토브를 만들어 직원 파티에서 사용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후 수십년간 런던에서는 가스로 만든 음식이 유행했다. 물론 평범한 주부가 가정에서 가스를 사용한 것은 한참 지나서다. 1940년 말까지 가스는 석탄으로 만들었다. 생산 공정이 까다로워 비쌌다. 2차대전 직후에는 폐쇄된 탄광이 많아 원료 부족도 심각했다.

바로 이때 석유가스가 등장했다. 원유를 시추하기 전 태워버렸던 가스를 따로 모아 운송하는 액화기술이 실용화됐다.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생산 특허는 1937년 미국에서 나왔다. 3년 뒤 클리블랜드에 LNG 공장이 건설됐다. 영국에는 1959년 LNG 운반선이 처음 도착했다. 도시가스는 드디어 미국·유럽 대도시에 대대적으로 공급됐다. 전기, 수도와 함께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 인프라가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 앓던 가스 몸살이 전 세계의 공포로 커졌다. 러시아가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공급을 제한하자 유럽 각국은 LNG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LNG 수입량 세계 3위인 우리나라도 비상이다. 국제 시세가 1년 전보다 5배나 올랐다.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은 5조원이 넘었다. 5월과 7월에 도시가스 요금이 올랐는데 10월에 또 인상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나라 도시가스 보급률은 수도권 90.6%, 지방 76.9%다. 이제 와서 연탄을 땔 수도 없는데 이번 겨울을 어떻게 넘길지 벌써 걱정이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