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지지 않는 배낭’ 아시나요

입력 2022-08-27 03:01 수정 2022-08-27 20:12
“너희 소유를 팔아 구제하여 낡아지지 아니하는 배낭을 만들라 곧 하늘에 둔 바 다함이 없는 보물이니 거기는 도둑도 가까이하는 일이 없고 좀도 먹는 일이 없느니라 너희 보물 있는 곳에는 너희 마음도 있으리라.”(눅 12:33~34)


세상엔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내로라하는 비정부기구(NGO)가 많다. 국내에도 국제적인 긴급구호 활동과 개발 사역을 하는 기아대책과 월드비전 등이 국제적인 수준의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비해 조직과 재정은 비교할 정도가 아니지만, 전문 NGO 못잖은 활동을 펼치는 곳도 적잖다. 대한성서공회 권오철(53·사진) 국장이 7년 전에 만든 ‘낡아지지 않는 배낭’(JF Entertainment & Art·날배)도 그중 하나다. 번듯한 사무실도 없이 낮지만, 문턱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조용하게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권 국장과 20여 명의 자비량 선교를 사명으로 하는 이들이 함께 짊어진 ‘날배’는 예수님을 닮은 부르심 입은 제자들이다. 온 열방을 밟으며 따듯한 온기와 사랑이 필요한 자들을 사랑으로 안고 복음에 합당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날배’라는 이름은 7년 전 미얀마에서 유래했다. 2015년 미얀마 소수 종족 번역 프로젝트를 위해서였다. 권 국장은 미얀마의 다섯 소수 종족을 위한 번역, 출판 그리고 보급을 위한 회의 일정을 은혜 가운데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라오스 비엔티안을 방문했다. 일행은 현지 선교사의 도움으로 지하교회, 고아원 그리고 초등학교를 방문해 전달할 보급품과 성경 보급을 위한 사전 방문을 할 수 있었다. 공산국가이자 불교 나라 라오스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른 새벽 기도와 묵상으로 하나님 앞에 앉아 성경을 읽다가 누가복음 12장 33절과 34절에서 멈춰 더 말씀을 읽어 나갈 수 없었습니다. 나에게 있는 것을 팔아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라는 말씀이었어요. 사라지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는 말씀이었지요. 가슴에 불덩이 같은 것이 벅차올라 감당을 할 수 없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소유를 팔라고… 구제를 위해 낡아지지 않는 배낭을 만들라고… 또한, 보물을 하늘에 쌓고 마음도 그곳에 둬야 한다고…’

지난 주말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권 국장은 7년 전 묵상하며 기도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성경을 통독하면서도 이 구절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하나님이 사무엘을 부르셨던 것처럼 자신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고 하나님께 자신의 입술로 ‘그래, 내가 낡아지지 않는 배낭을 만들어 그 소중한 가치를 담아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들에게 친구와 꿈이 되어 주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낡아지지 않는 배낭’ 권오철 대표간사가 지난해 6월 모리아교회 윤요셉 목사 등 봉사자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사랑의 자장면 잔치를 벌이고 있다. 낡아지지 않는 배낭 제공

권 국장이 날배라는 이름을 붙이기 전 처음 섬김을 시작한 것은 2014년 2월이다. 서울역 동자동에 있는 쪽방촌 모리아교회(윤요셉 목사)를 돌보면서부터다. 말씀을 따라 삶으로 적용하며 사시는 분을 찾다가 동자동에서 2000명이 넘는 독거 어르신들과 함께 살며 섬기시는 교회의 ‘무료 자장면 데이’를 방문하고 사역에 동참했다. 스스로 세 끼니를 해결할 수 없고 최저생활비로 힘겹게 하루하루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작은 헌금을 보내드리는 것을 시작으로 예배에 참여하고 찬양과 설교로 섬길 기회를 만든 것이었다. 권 국장은 윤 목사와 함께 ‘사랑의 냉장고’ 설치를 교회와 연합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인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곳에 기도후원 봉사자와 전도자들을 일으키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2019년에는 미칸선교오페라단(임현식 단장)의 뮤지컬 ‘시몬 베드로’를 돕는 일을 시작으로 창작 뮤지컬의 음반 제작을 도울 기회를 얻었다. 이때 권 국장은 ‘어려운 자들에게 주세요’라는 구절과 같이 이 땅에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음악가들을 돕는 일을 계속 이어 나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함께 노래하는 것이 기적인 ‘미라클 보이즈(Miracle Boyz)’를 지원했다. 국내 유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팝페라 그룹의 녹음을 시작으로 뮤지컬 연극배우나 재즈보컬 윤정원 등 감동적인 삶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보여 줄 수 있는 아티스트를 도와 음반발매와 공연기획을 만들어 가겠다는 비전도 세웠다.

지난 15일에는 단편집 ‘한 권으로 읽는 새한글 요한복음’ 및 ‘한 권으로 읽는 새한글 시편’을 펴냈다. 말씀이 필요한 어려운 교회들과 선교 기관에 보급하여 공동체 성경읽기와 말씀 필사 및 회복운동을 위해서다.

권오철 대표간사가 2012년 2월 미얀마 고산지대 해발 1500m에 있는 따웅지 마을교회 어린이들과 재미있는 성경공부 놀이를 한 뒤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낡아지지 않는 배낭 제공

“저희는 단체를 키우거나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겸손하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분들의 마음을 모아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멈추어 서면 많은 것이 보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잃어버린 가치들이 떠오르고 미래를 생각하면 나의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고민하게 됩니다. 가치를 담은 더 멋진 세상을 만들 ‘낡아지지 않는 배낭’을 소개합니다. 함께 둘이 하나가 되어 하나님이 그리셨던 더 멋진 세상을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강한 선교 단체를 꿈꾸는 권 국장의 각오다. 권 국장의 예명은 ‘제이콥 권’이다. 2019년에 이어 지난 23일에는 K-pop ‘안아주세요’ 등 3곡을 발매했다. 3번째 트랙에 있는 ‘더 멋진 세상을 위하여’(For the World with Peace and Harmony)라는 곡이 낡아지지 않는 배낭을 소개하는 곡이다. 26일은 ‘할렐루야, 찬양하라’ 등 4곡이 들어있는 ‘부르심’(Calling) 앨범을 출시했다. 모든 곡은 새벽기도 길에 직접 작사와 작곡을 했다.

편곡은 ‘사명’ ‘천 번을 불러도’로 유명한 작곡가 이권희 PD가 참여했고 다수의 뮤지션들이 함께 작업에 참여했다.

권 국장은 2020년부터 2년간 경기도 파주로 가기 위해 자유로를 자동차로 달리며 ‘하나님,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요?’라고 물어보던 중 이 백성을 위해 기도하라는 마음을 받았다고 했다. 출퇴근 2년 동안 기도하며, 정치적인 이유로 분단된 남과 북이 속히 하나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평화와 통일 염원을 담은 노래를 만들게 됐다. 가사에 있는 것처럼 ‘둘이 하나가 되어 낡아지지 않는 배낭을 만들어 함께 걸어가며 노래하자’는 가사를 담았다고 했다. 권 국장의 간절한 바람은 우리가 모두 속히 하나가 되어 더 멋진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걸음을 멈추고, 달리는 차의 속도를 늦추며 사람들을 도울 방법들을 함께 찾아봅시다. 지나온 길을 더듬어 잃어버린 가치들을 회복한다면 우리도 누군가의 천사들이 될 수 있습니다.”

권 국장은 세상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사명감을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아직도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 그리고 평화가 절실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시도록 기도하며 믿음으로 찬양하며 걸어가야 합니다. 그 거룩한 부담을 가지고 날배는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신 예수님을 본받아 겸손하게 주님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고통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말고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저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욥과 같이 고통 가운데 어려운 환경에 있어도 주님 제자의 길을 가야 하고, 포로가 돼 죽음의 문턱에서도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면 요셉과 같이 커다란 사람이 돼 많은 사람과 나라를 구제하게 될 것을 마음에 새기며 이 일들을 실천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부족하지만 우리 모두 함께 마음과 손을 잡고 더 멋진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