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홍수 예·경보체계 구축, 물 재해방지 기반 확충 등 백년대계 치수(治水) 대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환경부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양천구 목동과 신월동 일대는 과거 상습침수구역이었지만 최근 집중호우 때 강남 지역과는 달리 대규모 침수 피해를 겪지 않았다. 빗물터널이 수해 예방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 대통령은 신월 빗물터널 현장에서 “서울시에서 2011년에 발표한 상습침수지역 7곳에 대한 빗물터널 건축계획이 당초대로 설치됐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월 빗물터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34대 시장이던 2011년에 추진해 건설됐다. 당시 오 시장은 신월·강남역·광화문 등 7곳에 빗물터널 건설을 추진했지만 후임 박원순 전 시장이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신월 1곳에만 빗물터널이 만들어졌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환경부는 윤 대통령 행보에 맞춰 이날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빗물터널과 서울 도림천과 대방천의 물을 한강으로 신속히 빼내는 지하 방수로를 건설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와 함께 내년 집중호우 발생 시기 전까지 인공지능(AI) 홍수 예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광화문 빗물터널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청계천까지 3.2㎞를 ‘ㄴ’자로 잇게 된다. 강남역 빗물터널은 강남역과 한강 3.1㎞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각각 2500억원과 3500억원으로 추산된다. 빗물터널이 완성되면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가 각각 시간당 100㎜와 시간당 110㎜ 폭우에도 견딜 수 있게 된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도림천과 대방천 지하 방수로 건설도 추진된다. 각각 보라매공원과 장승배기역에서 샛강까지로 이어지는 지하 방수로로 사업비는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이들 사업을 2027년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또 하수관로와 빗물펌프장 등 개량 예산을 기존 1000억원에서 내년 1493억원으로 증액해 지방 도시침수 취약지구에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국가하천 정비 예산은 지금의 3500억원에서 내년 5010억원으로 늘리고 정비가 시급한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에 편입할 계획이다.
문동성 이도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