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지하 저류시설(빗물터널)과 서울 도림천과 대방천의 물을 한강으로 신속히 빼내는 지하 방수로가 만들어진다. 정부는 내년 집중호우 발생 시기 전까지 인공지능(AI) 홍수 예보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런 내용의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대책’을 23일 발표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등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다수의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번 대책에는 도시 침수와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 사업 계획이 담겼다.
먼저 환경부는 서울시와 협력해 빗물을 저장했다가 호우가 지나가면 인근 하천으로 배출하는 빗물터널을 광화문과 강남역에 우선 설치하기로 했다. 광화문 빗물터널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청계천까지 3.2㎞를 ‘ㄴ’자로 잇게 된다. 강남역 빗물터널은 강남역과 한강 3.1㎞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각각 2500억원과 3500억원으로 추산된다.
빗물터널이 완성되면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가 각각 시간당 100㎜와 시간당 110㎜ 폭우에도 견딜 수 있게 된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환경부는 또 도림천과 대방천 지하 방수로 건설도 추진한다. 폭우로 불어난 하천의 물을 신속하게 한강으로 빼내는 시설이다. 각각 보라매공원과 장승배기역에서 샛강까지로 이어지는 지하 방수로로 사업비는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완공되면 시간당 100㎜ 비에도 홍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광화문·강남역 빗물터널과 도림천·대방천 방수로를 2027년 완성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하수관로와 빗물펌프장 등을 개량하는 예산을 기존 1000억원에서 내년 1493억원으로 증액해 지방 도시침수 취약지구에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국가하천 정비 예산은 현재 3500억원에서 내년 5010억원으로 늘리고 정비가 시급한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에 편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상습침수구역의 빗물받이 청소와 하수관로 상시 준설을 지자체 의무로 규정할 계획이다. 상습침수구역 빗물받이 청소에 소홀한 지자체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빗물이 역류할 때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맨홀은 사람이 빠지지 않도록 안전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AI 홍수예보’ 체계는 내년 홍수기 전까지 도림천에 시범 구축된다. 대피경보가 내려져도 대피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대책도 추진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