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눔의집, ‘후원금 유용 원상복구’ 행정처분 불이행

입력 2022-08-24 04:06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이 지난 2020년 6월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후원금 반환 소장 제출을 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호 대책모임 대표, 소송 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대학생 강민서씨. 뉴시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금 유용 논란을 일으켰던 ‘나눔의집’이 “후원금으로 구입한 토지를 매각해 그 대금을 후원금 전용계좌로 되돌려놓으라”는 등의 경기도 행정처분(시정명령)을 불이행해 2차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로부터 10여건의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이 중 5건을 기한 내 이행하지 않아 지난해 12월 31일 2차 시정명령을 받았다.

나눔의집이 시정하지 않은 5건에는 후원금으로 두 필지의 토지를 매입한 건, 실제 운영하지 않은 독거노인 요양시설과 미혼모 생활시설을 법인정관 목적사업에 기재한 점 등이 포함됐다. 경기도는 비지정후원금을 토지나 건물 등 자산취득비로 쓸 수 없게 하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문제가 된 토지를 팔아 후원금 계좌로 원상 복구하라고 지시했다. 또 법인이 실제로 하지 않는 복지 사업들은 정관에서 삭제하라고도 했지만 나눔의집은 이런 지시를 기한 내 이행하지 않았다. 2차 시정명령 이행 기한은 지난 6월 30일까지였다.

이 같은 사실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반환소송을 진행 중인 원고 측이 담당 재판부에 나눔의집 시정명령 이행 상황을 묻는 사실조회를 신청하면서 드러났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차 시정명령 이행 기한 종료 후 나눔의집으로부터 결과 보고서를 제출받았다”며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어 추가 소명자료를 받아 검토 중인데, 조만간 3차 시정명령을 내릴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원고 측이 확보한 경기도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모금한 후원금 88억7000만원 중 2.31%인 2억600만원만 나눔의집 시설에 이용된 것으로 나온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이날 다섯 번째 변론 기일을 열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상대로 한 소송의 경우 윤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사기·배임 사건 형사 재판 결과가 나온 뒤 민사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