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과, 자투리 육포, 얼리어먹터 펀딩까지… 오, 성공적!

입력 2022-08-24 00:03

고물가 시대에 불황 우려까지 커지면서 이색상품이 소비자 눈길을 끌고 있다. 품질에는 문제없지만 모양이 완벽하지 않은 제품을 싸게 판다거나, 색다른 상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선출시하는 방식이 곧잘 활용된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B+급 농산물’을 시세보다 최대 30% 싸게 판매해 매출 성장을 거두고 있다. 참외, 자두, 사과 등 10여개 품목의 ‘상생과일’이 그것이다. 상생과일의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못난이 과일’의 수요는 확연히 늘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9일까지 한 달 동안 낙과(43%), 못난이 감자(120%), 못난이 표고버섯(696%) 등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4~8배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상생과일’의 인기를 발판으로 중소 파트너사의 다양한 제품으로 상생제품을 확대했다. 일반 상품보다 용량을 배 이상 늘리고 가격을 50% 낮춘 ‘대용량 김자반’이 대표적 상생제품이다. 품질은 우수하지만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중소 파트너사를 통해 300g 대용량 김자반을 최저가로 내놓았다. 김자반은 50~70g 정도의 소용량 상품이 대다수였다.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지난 6월 출시 이후 두 달도 되지 않아 누적 판매량 2만개를 돌파했다.

롯데마트는 오는 26일부터 ‘자투리 육포(사진)’를 일반 상품보다 10% 이상 싸게 판매한다. 육포는 각 잡힌 모양으로 자르는 과정에서 평균 15~20%의 원재료를 버린다. 맛과 품질은 동일한데 모양만 완벽하지 않아 버려지던 자투리 육포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것이다. 제조사는 재고 부담을 덜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매한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식품업계는 ‘얼리어먹터’(‘얼리어답터’와 ‘먹는다’를 합친 신조어)를 겨냥해 크라우드 펀딩에 나섰다. 신제품을 정식으로 시장에 선보이기 전에 소비자 반응을 가늠하는 수단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적극 활용한다. 특히 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먹어보기 원하는 얼리어먹터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이점이다.

오뚜기는 지난 4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올리브 바질 참치’를 선공개하고 목표 금액의 7395%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오뚜기는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도 지난 6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먼저 공개했다. 이 제품도 목표치보다 2247% 높은 달성률을 기록했다. 농심은 지난해 건조식재료 ‘심플레이트’를 와디즈에서 펀딩해 1억원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최저가만으로 사로잡기 힘들다. 흥미롭거나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고물가 흐름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저렴하면서도 특색 있는 상품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