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으로 산모들이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길에서 헤매거나 출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가족이 코로나에 감염된 산모의 경우 ‘격리 분만병상’ 입원 대상이 아닌데도 일반 병원에서도 기피하는 바람에 갈 곳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임신부들도 격리 분만병상이 충분치 않아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일이 많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도 속초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18일 새벽 출산이 임박해 서둘러 119에 신고했다. A씨를 구급차에 실은 속초소방서 대원들은 영동 지역 병원들에 A씨를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모두 거절 당했다. A씨 남편이 그 며칠 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병원을 찾지 못하던 A씨는 3시간 가까이 수소문한 끝에 영동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인 강릉아산병원으로 제왕절개 분만을 조건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겨우 병원은 구했지만 시간을 너무 지체하는 바람에 이송 중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았다. 다행히 구급대원들의 침착한 대처로 무사히 출산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정부는 올 상반기 대유행 당시 확진 또는 확진자 접촉으로 격리조치된 임신부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은 뒤 코로나19 전담 분만병상을 약 300개 확보했다. 하지만 현재는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만 전담 분만병상으로 갈 수 있다. A씨처럼 가족 확진 판정 시 병원이 거부하면 격리 분만병상도, 일반 분만병상도 가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산(助産) 요청을 거부하는 건 진료거부로 의료법 위반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가족 확진 경우도 병원 내 감염 우려 때문에 분만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재판에서 판단 받을 문제”라면서도 “코로나19 환자가 아니라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속초에서 최근 확진된 다른 한 산모는 인근에 남은 전담병상이 없어 대전 충남대병원까지 후송돼야 했다. 속초에서 330여㎞ 떨어진 거리다. 이는 격리병상 확보가 여전히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큰 탓이다. 지난 22일 기준 강원도의 격리 분만병상은 총 9개다. 가장 적은 시·도는 제주도로 7개다.
사실상 제왕절개 수술이 강요되기도 한다. 제왕절개는 산모가 머무르는 시간이 한두 시간 남짓으로 명확한 반면 자연분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기 시간이 길면 전파 위험도 커진다. 산통으로 비명을 지르면 비말 때문에 전파 위험이 더 크다”고 했다.
23일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15만258명으로 2주 전인 9일 14만9860명보다 398명 많았다.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487명으로 전날보다 64명 줄었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감염병위기대응국장은 “사망·위중증은 향후 2~3주 이후까지도 조금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