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등 경제 주체가 내다본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가리키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8개월 만에 전 달 대비 하락했다. 국제 유가가 내려가고 하반기 물가 정점 기대감 등이 더해진 결과다. 올해 들어 장기간 고물가가 이어진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한풀 꺾이면서 치솟던 물가 상승률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 물가 상승세가 진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4.3%로 지난 7월 4.7%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내려간 것은 2021년 12월(0.1%포인트 하락) 이후 처음이다. 7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높았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물가 등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의 자기 예언적인 특성이 있어 당국이 예의 주시하는 지표다. 한은은 “세계 물가 흐름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중 물가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정부 발표 등이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준 것 같다”면서 “최근 유가가 내린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9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한은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은은 기준 금리를 급하게 끌어올린 배경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율 안정’을 꼽은 바 있다. 지난 7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당시 금통위원들은 “현재 통화 정책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부분은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안정화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제 유가 등 대외 변수가 요동치지 않는 인상 물가는 오는 9~10월 정점을 지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추석 고비를 넘기면 물가가 조금씩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전망도 비슷하다. 한경연이 이달 내린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올해 추석이 있는 9월을 정점으로 계속 둔화한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한 결과 물가 상승률은 오는 9월 7% 정점에 도달한 뒤 5%대 후반~6%대 후반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체감 물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 품목 수급을 안정화해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