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 세 모녀 비극, 여전히 갈 길 먼 사회안전망 구축

입력 2022-08-24 04:01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사망한 세 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과 복지 대책에 여전히 사각지대가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60대 여성 A씨는 암 투병 중이었고 40대 두 딸 역시 모두 희귀 난치병을 앓아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보증금 300만원에 40여만원인 월세를 제때 내지 못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실거주지와 주민등록 주소지가 다른 바람에 지자체가 이들을 파악하지 못했다. 아마도 채무 문제 등으로 노출을 꺼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더이상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뉴스가 아니라는 점이 슬프다. 8년 전인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사망은 수원 사건과 판박이였다. 송파 세 모녀는 지병을 앓고 있고 수입도 끊어졌으나 국가와 지자체의 사회보장체계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해 12월 국회에서 이른바 ‘송파 세 모녀법’이 통과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위기 가구를 신속히 찾아내 비극을 없앨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는 성북 4모녀, 대전 3부자, 전남 일가족 3명 등 지역명만 바뀔 뿐 취약 계층의 생활고 자살 사건을 계속 목격하고 있다. 사회의 관심과 정부 및 지자체 대책은 매번 그때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그런 주거지를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그 결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이유다.

이제는 유별난 일에 적용되는 ‘특단’이 아닌 평상시에도 촘촘한 사회복지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공과금 체납과 단전, 단수 등 30여 가지 항목을 정해 위기 가구를 찾고 있지만 이번처럼 놓치는 일이 빈번하다. 채무가 많은 취약 계층들의 경우 은신하려는 성향이 크다. 따라서 주민등록 시스템에 의존해 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현 방식이 유효한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주장한 ‘빈곤층과 지자체(도지사) 간 핫라인 개설’, 동네 사정을 잘 아는 민간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일본 ‘민생위원’ 제도의 벤치마킹도 검토해 볼 만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접을 받는 나라라면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수원 세 모녀) “주인 아주머니, 마지막 집세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송파 세 모녀)같은 유언과 사연은 이제 그만 봐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