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 전세가율 급등… ‘깡통 전세’ 우려 증폭

입력 2022-08-24 04:09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6개 구의 연립주택 및 다세대 주택의 전세가율이 90%를 넘나드는 것으로 나타나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23일 공개한 ‘전·월세 시장지표’ 중 지역별 전세가율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신규계약 평균 전세가율은 84.5%, 갱신 계약은 77.5%로 나타났다. 아파트의 경우 신규 계약은 54.2%였지만 계약갱신요구권 사용이 가능한 갱신 계약의 경우 이보다 훨씬 낮은 38.3%를 기록했다.

전세가율은 부동산의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뜻한다. 연립·다세대주택 신규 계약 전세가율을 보면 신축 빌라가 많은 강서구가 96.7%로 가장 높았다. 빌라를 사는 가격이 100만원인데 전셋값이 96만7000원이나 되는 셈이다. 집주인이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거나 현 시세가 전셋값보다 낮아졌을 경우 깡통 전세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시 보증료율 상향 기준을 부채비율 80%로 설정하고 있다.

금천구(92.8%)와 양천구(92.6%)도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섰고 관악(89.7%)·강동(89.6%)·구로구(89.5%)도 90%에 육박했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비슷한 유형 주택의 전세가율을 모른 채 온라인상 공개된 시세 정보에만 의존해왔다”며 “시의 전세가율 자료는 주택의 동일 층·면적의 매매 실거래가와 전·월세 가격을 비교해 산출했기 때문에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계약시 교차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공개하는 항목은 지역·면적·주택 유형별 전·월세 임차물량 예측 정보와 25개 자치구의 지역별 전세가율, 전·월세 전환율 등이다. 임차물량 예측 정보는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시기를 월 단위로 분석해 자치구별로 나올 물량을 예측한 수치다. 올 8~12월 서울 시내에서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전·월세 예측물량은 월 최대 2만6858건으로 예측됐다.

2분기 전·월세 전환율은 아파트는 평균 3.9%, 연립·다세대는 5.2%였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했을 때 적용하는 환산이율(연)로, 이 수치가 높으면 전셋값보다 월세가 높다는 의미다.

시는 이같은 전·월세 시장지표를 매 분기 업데이트해 서울주거포털 내 ‘전·월세 정보 몽땅’에 공개한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주택 거래 데이터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실수요자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시장 정보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