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공산성 인근에 제2금강교를 건립하는 사업이 문화재청 심의에서 조건부 가결된 가운데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시행한 ‘유산영향평가’가 주목받고 있다.
도 역사문화연구원은 건설사업이 문화유산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유산영향평가를 국내 최초로 실시했다고 23일 밝혔다.
제2금강교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건설된 현 금강교의 대체 교량으로 건설이 추진됐다. 금강교는 현재 노후화됐을 뿐 아니라 폭이 비좁아 자동차로 진입할 경우 한 차로로 편도운행을 해야 한다.
공주시와 행복도시건설청이 제2금강교 건립을 추진했지만 공산성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사업이 고비를 맞았다. 이후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도 교량 건설 부결 판정이 나오자 공주시는 도 역사문화연구원에 유산영향평가를 의뢰했다.
국내에는 유산영향평가를 시행했던 곳이 없었던 만큼 도 역사문화연구원은 독일의 전문연구기관과 협업하는 한편 사례 연구를 위해 드레스덴을 방문했다. 드레스덴은 부정적인 유산영향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세계유산인 엘베 계곡에 교량을 지어 유산 등재가 취소된 지역이다. 연구원은 왕복 4차로였던 교량의 기존 설계를 2차로로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시켰다. 또 교량이 공산성의 경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주변에 6곳의 조망점을 설정, 공산성을 바라볼 때 시각적 거슬림을 최소화했다.
변경된 안을 심의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0일 제2금강교 건립에 대한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렸다. 제2금강교가 건설되고 현 금강교가 보행 전용도로로 전환되면 공산성·무령왕릉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공주 신도심과 구도심의 소통도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한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은 “한국은 왕릉·고인돌처럼 유산 1건이 여러 지역에 퍼져 있는 경우가 많아 유산 근처에서 건설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에 시행한 유산영향평가는 건설사업이 유산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주=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