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洛東江)은 대구 달성군에서는 서쪽 7개 읍면을 끼고 돌며 55㎞(140리)를 유장하게 흐른다. 달성군은 낙동강을 따라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다양한 역사·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다.
낙동가 옆 달성군 현풍읍과 구지면 경계에 솟은 대니산(408m)은 원래 대니산(代尼山)이었다. 조선 연산군 때 한훤당(寒喧堂) 김굉필(金宏弼·1454~1504)이 이곳에 거주하면서 성현인 공자의 자(字)인 중니(仲尼)에서 니(尼)를 살리고 ‘대신할 대’(代)를 ‘머리에 일 대’(戴)로 고쳐 ‘공자를 받드는 산’이라는 의미인 대니산(戴尼山)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름에 걸맞게 대니산 반경 4㎞ 안에 서원과 향교는 물론 세거지·종택·정려각·누정 등 문화유산이 둥지를 틀고 있다.
대니산 임도 끝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과 산불감시탑 등이 있다. 주변이 평지여서 현풍면 일대 전망이 뛰어나다. 비슬산과 가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면 하늘을 날며 일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대니산 서북쪽 낙동강이 곡류하는 지점에 김굉필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도동서원(道東書院)이 있다. ‘도(道)가 (중국에서) 동쪽(조선)으로 왔다’라는 뜻의 도동서원은 1871년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할 때 존속된 47곳 가운데 하나다.
1568년 지방 유림에서 비슬산 동쪽 기슭에 세워 쌍계서원이라고 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605년 사림들이 현 위치에 중건해 보로동서원이라고 했으며 1610년(광해군 2년) 도동서원으로 사액됐다. 서원은 중심축을 따라 수월루(水月樓) 환주문(喚主門) 중정당(中正堂) 내삼문 사당이 차례로 배열돼 있다.
수월루는 높은 팔작지붕의 누각으로 화려한 오색단청을 자랑한다. 처음 도동서원이 들어설 때는 없었다. 1849년 창건된 후 1888년 소실됐다가 1974년 중건됐다. 수월루 뒤 계단을 오르면 강학공간으로 들어가는 환주문이다. 환주는 ‘내 심성의 주(主)가 되는 근본을 찾아 부른다(喚)’는 뜻이다. 서원 창건 당시에 정문이었다고 한다.
중정당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골기와집이다. 좌우가 넓은 가로 장방형 뜰 한가운데 적당한 크기의 돌판들이 잔디밭에 길게 놓여 있고, 그 정면 높은 축대 위에 장엄하게 앉아 있다.
중정당 기단이 이색적이다. 모양과 재질이 서로 다른 돌들이 4각형·6각형·8각형 등의 모양으로 다듬어져 빈틈없이 맞물려 있다. 색상도 옥빛·흙빛·분홍빛·회색빛 등 제각각이다. 중정당과 사당, 담장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서원 앞 수령 400년을 넘은 은행나무는 김굉필의 외증손이며 퇴계 이황의 고제(덕망 높은 제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가 사액 기념으로 식수한 것이라 전한다. 둘레 8.7m, 높이 25m로 보기 드문 거목이다. 김굉필은 연산군 때 갑자사화에 연루돼 극형을 당했고 이후 조선 5현(五賢)에 추증됐다. 현풍은 그의 증조부가 터전을 마련한 곳이다.
낙동강 풍광이 좋은 달성에는 정자가 많이 남아 있다. 구지면 내리에 자리한 이노정(二老亭)은 성종 때 김굉필과 일두 정여창이 무오사화로 화를 당해 시골로 내려와 지낼 때 서로 교류하며 후학을 강학하고 시와 풍류로 소요하던 곳이다. ‘이노’ 즉 ‘두 늙은이’는 김굉필과 정여창을 가리킨다. 영남학맥 종조인 점필제 김종직 문하에서 동문수학하며 학문을 연마해 당대 최고 석학으로 쌍벽을 이뤘다.
정자는 1504년(연산군 10년) 처음 건립된 뒤 1885년(고종 22년) 고쳐 지었다. 처마 아래 가운데에 ‘이노정’과 ‘제일강산(第一江山)’이라는 현판이, 앞면기둥에는 두 사람이 지은 시 ‘유악양(遊岳陽)’이 걸려 있다.
대니산 동쪽 ‘한훤당 고택’은 서흥 김씨의 종가다. 김굉필 사후 11대손 김정제가 1779년 터를 잡고 300년 넘게 대를 이어온 곳이다. 고택 한편에는 한옥 카페 ‘소가’도 있다. 사랑채인 광재헌에 걸린 편액 소학세가(小學世家)의 줄임말이다.
인근에 현풍 곽씨 12정려각(旌閭閣)이 있다. 1598년(선조 31년)부터 영조 때까지 솔례촌(率禮村)의 곽씨 일문에 포상된 12정려를 한곳에 모은 것이다. 정유재란 때 안음현감으로 황석산성에서 왜적과 싸우다 장렬히 순국한 곽준과 그의 두 아들 및 딸을 비롯, 임진왜란 때 비슬산 자락 사효자굴에서 병든 부친을 대신해 목숨을 바친 곽재훈의 네 아들 등 정려가 내려질 때마다 따로 세운 여각을 1725년(영조 1년) 이후 모았다고 한다. 정면 12칸 측면 1칸 규모의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여행메모
다람재 정상에 정자와 김굉필 시비
걸쭉·매콤 현풍 수구레국밥 별미
다람재 정상에 정자와 김굉필 시비
걸쭉·매콤 현풍 수구레국밥 별미
대구 달성군 대니산은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나들목에서 빠지면 가깝다. 수리2리와 자모리쪽에서 차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대니산의 임도를 따라 차로 10여분 오르면 중계소 옆으로 활공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현풍터미널로 간 뒤 시내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도동서원은 도동터널을 통해 바로 가거나 옛 고갯길인 다람재로 천천히 둘러갈 수 있다. 다람재 정상에 정자와 한훤당 김굉필의 시비가 서 있다. 도동서원에서 차로 20분 거리에는 한훤당 고택이 있다.
낙동강레포츠밸리는 캠핑장 두 곳과 수상 레저센터로 이뤄져 있다. 수상 레저센터에서는 윈드서핑·딩기요트·수상스키·바나나보트·카약 등 16가지 다양한 레포츠를 취항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오토캠핑장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캠핑사이트와 샤워실이 완비된 카라반이 있다. 강변오토캠핑장은 개인 카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의 수구레국밥이 별미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에서 떼어낸 지방육. 걸쭉하고 매콤하다.
달성=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