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혁신, 권력 싸움 벗어나 유권자만 보고 진행해야

입력 2022-08-24 04:05
22일 여의도 국회 본청 국민의힘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 후보자 부적격 심사권을 당 윤리위원회에 넘기는 혁신위원회 1호 혁신안을 비대위나 의원총회에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을 명분으로 내홍을 수습하고 차기 당대표 공천권을 견제하는 다목적 포석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정부 국정 운영에 공동 책임을 진 집권여당이지만 당대표 공천권 같은 내부 문제를 놓고 밖에서 옳고 그름을 말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은 국민의힘 혁신위가 당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낡은 관행에 빠진 수준 낮은 정치가 민간 부문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고 우리 사회의 도약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혁신위는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뒤 스스로 혁신위를 띄울 때까지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와 중진들이 혁신위를 놓고 거친 설전을 벌이면서 혁신을 가장한 공천권 싸움으로 변질되자 실망으로 돌아섰다. 최근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 해체를 주장하면서 혁신위는 존재 자체가 갈등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혁신위가 당 대표의 공천권 제한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첫 안건으로 제시한 것은 의외다. 만일 이것이 당내 권력 싸움과 무관하게 진정한 혁신의 길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라면 혁신위 활동은 다시 한번 주목받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연례행사처럼 혁신위를 만들고 혁신안을 발표했다. 늘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외치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다짐했다. 하지만 거창한 시작과 달리 끝은 늘 초라했다.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정치 불신만 키웠다. 지금 국민의힘 혁신위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마음은 속는 셈 치고 지켜보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권력 싸움에서 벗어나 유권자만 바라보고 나아가야 한다. 정당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 말뿐인 혁신은 2년 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