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농정 난맥상 언제까지 눈치만 보고 있을 건가

입력 2022-08-24 04:03
진보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쌀값 폭락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들은 월급만 빼고 안 오르는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다른 식재료 가격의 고공행진과 달리 쌀값만 유독 폭락해 농심은 숯덩이처럼 타들어 간다. 쌀값은 19일 현재 80㎏당 19만5736원으로 1년 전(24만3808원)보다 24.5%나 하락했다. 쌀 소비가 갈수록 주는 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풍년이 예상돼 쌀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전국농민총연맹 회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폭락 대책을 촉구하는 농민 시위가 시작됐다. 같은 날 전북 김제 농민회는 논을 갈아엎었다. 올 벼 초과생산량이 지난해 27만t보다 많은 40만t 이상으로 쌀값이 20% 이상 하락했다며 ‘자동시장격리제’(초과생산량 정부 매입) 발동 등 대책을 촉구했다.

농협이 넘쳐나는 쌀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3000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고육책까지 내놓을 정도로 과잉생산 문제는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제는 농민 시위를 표심을 앞세운 연례 퍼포먼스로만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쌀 농정의 난맥상을 타개할 때가 됐다. 농사를 짓기만 하면 지급하는 현행 직불제로는 쌀 생산 과잉을 막기 힘들다. 정부는 2007년 쌀 시장 개방에 대비해 기존의 추곡수매제 대신 쌀 소득보전 직불제를 도입했다. 그러다 2020년 규모가 큰 농가에 지원이 집중되는 체계를 개편해 기본형과 선택형 공익직불제로 나눠 소농 지원을 늘렸다. 기본형은 소농 직불금은 올리고 면적이 클수록 지급단가가 줄어드는 구조다. 문제는 직불제 개편 과정에서 쌀 수급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쌀값이 좋으면 농민들이 쌀 농사로 몰렸다. 소작농을 동원한 편법 수령이 횡행하고 직불금이 농업 재투자보다는 용돈 벌이 용도로 전락하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익직불제 개편을 통해 쌀 대신 다른 작물 재배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농민단체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생략했다. 언제까지 눈치만 보며 퍼주기식 농정과 실효성 없는 쌀 소비캠페인만 벌일 것인가. 농민들이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농업 발전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