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양국이 ‘핵심 이익’과 ‘중대 우려’를 서로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 중국의 중대 우려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우회적으로 제기한 셈이다.
싱 대사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전문가 및 청년 포럼’ 축사에서 “서로 간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 사안을 존중하며 중·한 관계가 더욱 성숙하고 자주적이며 안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간에는 ‘구조적 모순’이 없어 풀 수 없는 갈등은 없을 것이라며 청년 세대에게 “양국 협력이 가져다줄 막대한 이익을 더 많이 살펴서 상호 이해와 포용의 태도로 분쟁들을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싱 대사는 전날 서울에서 대사관이 주최한 수교 30주년 경축 리셉션 인사말에서도 “중·한 양측이 성의로 서로를 대하고 신뢰를 중시하고 서로 이해·포용하고, 서로의 핵심 우려와 중대 이익을 존중하고 살핀다면 앞길에 넘지 못할 둔덕이나 산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와 같은 안보 사안에서 한국이 중국의 우려를 존중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지난 9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 직후 사드 문제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중국 측이 “한국이 ‘사드 3불·1한’을 약속했다”고 주장하자, 우리 정부는 “양국 간 약속이나 합의가 아닐 뿐더러, 안보 주권은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3불(不)이란 사드 추가 배치를 금지하고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와 한·미·일 군사동맹에 불참하는 것을 뜻한다. 1한(限)은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수교 30주년 기념 전문가 및 청년 포럼에선 노태우정부 시절 북방정책을 추진했던 박철언 전 정무장관이 기조연설을 했다. 박 전 장관은 한·중 관계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면서도 “솔직히 종합 진단을 한다면 지금은 한·중 관계의 갈등 시련기”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