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나왔어요. 여기는 그늘지고 바람이 부니까 확실히 덜 덥거든요. 나무 향 때문에 건강해지는 느낌도 들고요.”
제주지역 낮 최고기온이 섭씨 35.4도, 밤 최저기온이 30.5도를 기록하는 등 밤낮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숲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리한 여름이 길게 이어지고,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제주의 대표 휴양림인 절물자연휴양림엔 올해 들어 7월까지 30만명 이상이 발걸음을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1만명)보다 40%나 늘었다. 사람들은 휴양림 나무 평상에 누워 더위를 피하고 삼나무숲을 따라 구불구불 난 산책길을 걸으며 산림욕 삼매경에 빠진다. 점점 더워지고 스트레스가 늘어날수록 자연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제주도가 도민과 관광객이 나무 아래서 행복하도록 초록 공간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 산림복지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쾌적한 도시 생활을 위해 생활권 내 녹지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탄소 저감과 효율적인 산림경영을 위해 제주 삼나무숲 자원화 계획을 수립하고, 표고버섯 등 임산업 활성화도 비중있게 추진하고 있다. 올해 산림정책에는 지난해보다 98억원 증가한 688억원을 투입한다. 제주도의 산림정책은 건강, 기후 변화, 환경 보전 등 도민 삶과 직결돼 도정 전반에서 차지하는 정책적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올해 제주도는 전체 산림 예산 중 절반을 생활밀착형 숲 조성에 투자한다. 제주는 지역의 총 녹지비율은 높지만 체감 녹색량 지표인 생활권 도시숲 비율이 낮다. 폭염이 가속화하는 환경적 변화와 늘어나는 산림 휴양 수요를 고려할 때 생활권 녹색공간 조성을 가장 시급한 분야로 판단했다.
콘크리트로 덮인 도심 곳곳에 녹지를 조성하면 실제 도시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 가로수를 심으면 걷기에 좋고, 하천변이나 큰 도로를 따라 숲을 조성하면 미세먼지가 날아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주택가 공원은 건물과 차로 꽉 막힌 도심에서 도민들의 숨통을 틔워 준다. 학교에 조성된 숲은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낮춘다.
생활밀착형 숲 조성의 핵심은 나무 심기다. 사업 목적에 맞춰 식재 장소와 수종, 규모를 달리하면서 도심에 나무를 늘리고 잘 자라도록 관리하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는 2019년부터 추진 중인 한해 100만그루 나무심기 사업을 올해도 추진한다. 외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도심지 내부로 유인하는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은 마무리 단계다.
올해는 신규 사업으로 생활권 주변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항과 노후산단 등 미세먼지 발생원 주변에 숲을 조성해 먼지가 도심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고 소음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총 114억원을 투입해 4곳에 미세먼지 차단숲을 조성한다.
다중시설에 실내 정원을 조성해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정원형 스마트 가든사업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도는 올해 67억원을 들여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림휴양시설의 노후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자연휴양림과 치유의숲, 한라생태숲, 한라산둘레길 등 주요 산림휴양시설의 숲길 노면과 데크를 정리하고, 장애인들도 이용이 쉽도록 무장애 편의시설을 보강한다.
제주의 다섯 번째 신규 자연휴양림 개장도 준비하고 있다. 야영장과 산림레포츠, 산림치유 공간을 겸비한 250만㎡ 규모의 자연휴양림이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2025년 문을 연다.
휴양림 방문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도내 4개 자연휴양림의 연간 방문객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한라산 해발 600~800m 고지에 조성한 한라산둘레길은 이용객 규모가 조성 초기 3만명 내외에서 최근 8만~9만명 선으로 크게 늘었다. 도심 속 정원으로 불리는 한라수목원은 개원 24년 만에 연 방문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종다양성이 커 한라산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한라생태숲은 개원 13년 만인 지난해 27만명이 다녀가는 등 매년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기후 위기가 가속화하면서 탄소 저감을 위한 효율적인 산림경영도 지자체의 중요한 과업이 됐다. 도는 전국 삼나무의 70%가 제주에 집중된 산림 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주 삼나무림 자원화 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삼나무는 밀식해 자라면서 주변에 다른 식물의 성장과 증대를 방해하는 성질이 있다. 식물 다양성이 낮다는 것은 탄소흡수원의 감소를 의미한다. 제주지역의 삼나무는 대부분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자원 가치가 낮아지는 30년생 이상으로 영급불균형구조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19일 열린 용역 중간 보고회에선 제주 삼나무림을 보호가 필요한 보전공익림과 순환임업림으로 구분해 순환임업림에 대해서는 솎아베기를 통해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베어낸 목재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기존 산림경영이 나무를 심는 방식에 방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탄소 저감이나 산림 휴양, 임업기반 등의 목적을 중심으로 활용과 보전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적극적인 산림경영이 추진될 전망이다.
도는 베어낸 삼나무를 활용한 목재산업 활성화도 추진한다. 목재 사용은 탄소 저감에 효과가 있다. 벌채 후 가공되는 과정에서 산림에서 저장한 탄소를 목제품 안에 그대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나무는 건축재, 가구재, 소품 등으로 활용도가 넓다. 도는 삼나무를 활용한 목재산업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목재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홍보 캠페인도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유휴 토지를 중심으로는 목재 수요와 온난화 영향, 산주 선호도 등 경영 목적과 시장 요구에 부합하는 전략 수종을 규모 있게 조림해 탄소 흡수원을 확충하고 산림의 경제적 공익적 가치를 증진해 나갈 계획이다.
조선시대 이래 왕실 진상품이었던 표고버섯 주산지의 명성도 되찾는다. 제주 표고버섯은 1970년대 전국 생산량의 70%에 달했으나 현재는 1%로 급락했다.
도는 깨끗한 자연에서 재배하는 제주산 표고버섯이 한라산과 연계 발전이 가능한 산업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제주형 미래 6차산업으로의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 이후 표고농가의 친환경 인증 획득과 마케팅을 지원하고 제주 기후에 적합한 종균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는 표고버섯 명품 브랜드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제주기후 적합 버섯종균 실증농가를 현재 6개 농가에서 40개 농가로 확대해 실증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고, 농가에 대한 재배 기술 교육과 현장 컨설팅을 마련하는 등 지속가능한 산림자원관리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 10월에는 제주 임산물 홍보대전도 개최한다.
현문익 제주도 산림휴양과장은 “산림은 그늘을 만들고, 도시의 경관이 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등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많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는 산림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