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높아지는 경제 의존도… 미·중 갈등 격화 속 보복 우려

입력 2022-08-23 04:04


중국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째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자 2007년부터 14년째 최대 수입 상대국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입 의존도는 여전히 높지만 최근 대중국 무역수지가 수교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한·중 관계가 새로운 기로에 서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며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액의 25.2%, 수입액의 22.5%가 중국이 차지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첫해를 제외하고 최근까지 약 30년간 흑자를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산업부·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지난 5~7월 3개월 동안 28억8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달도 20일까지 6억6700만달러 적자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의 주된 이유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에 따른 수요 둔화다. 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수산화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폭등한 점도 적자 이유로 꼽힌다. 산업부 소부장넷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중국 소재·부품·장비 수입액은 전체 수입액의 29.5%를 차지했다. 2012년만 해도 중국과 일본 소부장 수입 비중이 비슷했지만 10년 새 중국 의존도가 일본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내수 강화 정책에 따라 중국이 반도체 등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제조용장비 국산화율은 지난해 말 21%에서 올해 상반기 32%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대중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출은 지난해보다 51.9% 감소했다. 반도체는 최근 20년 동안 대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한 산업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다른 보고서에서 “국내 고부가가치 산업의 대중 의존도 증가는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졌을 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기술 혁신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중 대립 격화는 한·중간 교역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변수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칩4(Chip4) 동맹’과 지난 7월 미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법은 그런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의 일환이다.

산업연구원은 ‘중국 대외교역과 한·중 간 무역’ 보고서에서 “한·중 간 무역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 경제가 받는 영향이 중국보다 6배 이상 큰 구조”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최근 10년 평균 15.7% 수준이었지만, 중국의 한국 무역 의존도는 2.5%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이 원자재 수출 금지 등에 나설 경우 전기차 배터리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과 코발트, 흑연 등의 중국 의존도는 80~90%에 달한다.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배터리 원료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 생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