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과 중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를 추진하는 등 노골적으로 중국 배제를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부응해 이참에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등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시욱(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국을 배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2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정학적으로 가깝고 중국이 한국 수출 시장에서 갖는 비중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올해부터 국제통상학회장을 맡아 정부 통상 정책에 자문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중 갈등 격화와 관련해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이라는) 친구가 둘 있는데, 두 친구 사이가 안 좋아진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두 친구 모두 우리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IPEF 등 경제 질서나 공급망 협의체에 안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에 적극 참여하되, 다른 친구(중국)와도 그와 유사한 수준의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미국 중심의 IPEF나 ‘칩4’에 한국이 동참할 경우 중국이 과거 사드 배치 때와 같은 경제 보복을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미국의 압박이 적극적인 상황에서 중국도 한국을 놓치면 안 된다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보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활용하고 미·중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대중 외교와 경제 협력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대응하자는 게 이 교수 생각이다. 그는 대중 무역수지 적자 심화와 중국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기업의 탈(脫)중국 움직임과 관련해 수출 전략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중간재 중심의 수출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 인건비 상승은 뒤집어 말하면 중국인의 구매력이 늘었다는 얘기인 만큼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소비재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3%에 그쳐 미국(10.5%), 독일(10.1%) 등에 크게 뒤졌다. 화장품을 빼면 수출액이 10억 달러를 넘긴 품목이 없다. 이 교수는 또 “대중 무역 의존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고 수출 동력을 회복하려면 인도와 같은 남아시아 시장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