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7기)가 지명되면서 검찰 지휘부 연소화 및 ‘용퇴’ 문제가 표면화하고 있다. 여환섭(24기) 법무연수원장이 22일 사의를 밝히면서 대검 차장검사와 함께 고검장급 자리 두 곳이 당장 비게 됐다.
검찰 안팎에선 다음 달 ‘검수완박’ 시행을 앞두고 조직 안정을 위해 2019년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발탁 당시 선배·동기 기수 상당수가 잔류하며 꾸려졌던 ‘집단 지도체제’ 부활 필요성이 거론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여 원장은 이날 오전 법무부에 사직 의사를 전했다. 이 후보자가 지명된 지 4일 만이다. 여 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할 시기가 왔다. 그간 검찰 조직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소회를 남겼다. 그는 앞서 검찰총장 후보 4인에 포함됐지만 최종 후보자로 지명되지는 못했다.
이 후보자보다 선배인 일선 고검장·검사장은 여 원장을 제외하면 12명, 동기는 6명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현직에서의 역할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배나 동기가 총장에 지명되면 줄줄이 옷을 벗는 검찰의 관례가 이번에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이 후보자는 지명 직후 선배 고검장·검사장들에게 직접 연락해 “조직의 안정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설득에 나섰다. 전국 검찰청에서 주요 사건 수사가 잇달아 진행되는 상황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줄 선배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검찰 수사 제도가 급변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지휘부 줄사표’ 만류 배경이다. 검수완박 관련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 직접 수사 확대 여지는 열어뒀지만, 법 시행과 맞물려 발생할 수사 현장의 혼란을 수습하는 역할이 가볍지 않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정기 인사 이후 한 달 간 일선 수사팀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았는데, 재차 검사장급 인사가 단행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파격 인사 선례인 윤 대통령의 ‘총장 직행’ 당시에 주목한다. 윤 대통령 동기인 연수원 23기들이 검찰 주요 보직에 기용됐지만 김영대 서울고검장, 양부남 부산고검장 등 선배 기수들도 잔류해 집단 지도체제를 갖췄다.
다만 이 후보자 지명에 따른 일부 후속 인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검찰 조직의 ‘살림꾼’ 역할인 대검 차장검사 후임 인선이 관건이다. 법무부는 한동훈 장관의 연수원 1년 선배이자 잠시 검찰을 떠났던 이노공 차관이 임명됐다. 하지만 대검 차장은 총장을 보좌하며 사실상 검찰 실무를 도맡아야 해 이 후보자보다 동기·후배 기수가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문재인정부에서 외부 인사로 채워졌던 대검 감찰부장과 법무부 법무실장 등 일부 검사장급 자리도 공석 상태라 일정 수준의 후임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