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에 주저앉은 증시… 코스피 급락, 코스닥 800선 붕괴

입력 2022-08-23 04:09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13.9원 오른 1,339.80으로 코스피 지수는 30.19포인트(1.21%) 내린 2,462.50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한형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22일 국내 증시는 요동쳤다.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던 코스피는 이날 1% 넘게 급락했고 코스닥지수는 8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다 외환시장 불안정성까지 국내 증시에 드리운 먹구름은 한동안 걷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30.19포인트 떨어진 2462.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3일(2461.45) 이후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8.30포인트(2.25%) 하락한 795.87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년4개월 만의 최고치인 1339.80원을 기록하면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불확실성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2.25∼2.50%)가 한국(2.25%)보다 높은 상황도 투자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선 미국 금리가 더 높은 가운데 국내 투자를 고수하기는 쉽지 않다.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현상은 한층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은 제한적이었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168억원, 1314억원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2378억원 순매도했다. 한국은행은 과거 한·미 기준금리 역전 시기 국내 증권 투자자금이 순유입됐다는 점에 비춰 급격한 자본 유출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고물가·고금리에다 환율 변동 폭까지 커진 만큼 안심하기는 어려운 복합 위기 국면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외환시장 불안정성은 국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대체로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다른 수출 경쟁국의 통화 가치도 덩달아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선 호재로 작용하기 어렵다. 수입물가가 높아지면서 원자재 가격 부담만 커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환율 변동성 확대가 수익과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과 투자 모두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한은이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황과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경기 둔화와 가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0.5% 포인트 금리 인상 카드는 꺼내기 어려워 보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