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급 환율 폭주… 물가 불안 가중·무역적자 확대 우려

입력 2022-08-23 04:09
원·달러 환율이 22일 13년4개월 만에 장중 1340원을 넘었다가 1339.8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1340.00원으로 표시된 모습. 이한형 기자
고환율로 국내 물가 상승세뿐 아니라 무역 적자도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국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무역수지는 이달까지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2분기 기준으로 1998년(8.2%)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를 기록했다. 추세대로라면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5%를 웃돌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9~10월 물가가 정점을 찍고 꺾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높은 환율이 지속되면 이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는 급등하고, 결국 생산자·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7.9% 올랐다.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 통화 기준으로 보면 수입물가 상승률은 14.5%로 낮아진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셈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원화 약세는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물가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1300원대 중반으로 유지되면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 고환율이 국내 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물가는 환율보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영향이 크다. 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를 더 완만하게 하는 등 간접 영향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환율은 무역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를 더 비싼 가격에 사야 해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효과가 상쇄된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 폭은 계속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무역수지는 102억1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이 1년 전보다 22.1% 증가한 탓이다.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54억7000만 달러로, 남은 기간 비슷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연간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있어 종합적 경제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선 경상수지를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수출입뿐 아니라 서비스 교역, 해외 투자 소득 등 대외 부문과의 경제적 거래를 보여주는 경상수지가 더욱 포괄적 지표라는 것이다. 경상수지는 상반기 247억8000만 달러 흑자다. 다만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하면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