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2분기 기준으로 1998년(8.2%)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를 기록했다. 추세대로라면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5%를 웃돌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9~10월 물가가 정점을 찍고 꺾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높은 환율이 지속되면 이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는 급등하고, 결국 생산자·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7.9% 올랐다.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 통화 기준으로 보면 수입물가 상승률은 14.5%로 낮아진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셈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원화 약세는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물가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1300원대 중반으로 유지되면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 고환율이 국내 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물가는 환율보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영향이 크다. 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를 더 완만하게 하는 등 간접 영향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있어 종합적 경제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선 경상수지를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수출입뿐 아니라 서비스 교역, 해외 투자 소득 등 대외 부문과의 경제적 거래를 보여주는 경상수지가 더욱 포괄적 지표라는 것이다. 경상수지는 상반기 247억8000만 달러 흑자다. 다만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하면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