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보험대리점업 진출을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보험대리점협회(협회)가 “골목 상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빅테크가 더 많은 중개 수수료를 요구해 결국 보험료 인상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반발은 협회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편의성 강화라는 순기능이 존재하므로 빅테크에 보험대리점 영업권을 내주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 등은 2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빅테크 보험대리점업 진출 허용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3일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빅테크 보험대리점업 진출을 허용해 보험 상품 가격을 비교하고 판매를 중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빅테크에 혁신 금융 서비스를 지정할 예정이다.
협회는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한다. 불공정 경쟁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인데도 권한을 가진 금융위가 업계 의견을 단 1회 수렴하고 마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관련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료 인상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빅테크 보험 상품 가격 비교·판매 중개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할 경우 보험사에 더 많은 수수료를 요구해 결국 소비자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보험업계는 협회가 빅테크 보험대리점업 진출을 저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플랫폼을 통한 금융 혁신이 윤석열정부 금융위가 제시하는 방향이다. 실제로 대출 상품은 이미 토스·핀다 등 각종 플랫폼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다. 금융위는 예·적금 상품에 대해서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절차에 착수한 상황이다.
빅테크 업계 관계자는 “대출 상품 가격 비교·판매 중개 서비스는 이미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데 보험은 안 된다는 협회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금융과 플랫폼의 접목은 세계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보험 등 8개 범주의 보험 상품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손해·생명보험협회 ‘보험다모아’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홍보가 부족해 널리 쓰이지 않고 있다. 보험 상품 가격 비교·판매 중개 플랫폼이 출시되면 소비자 선택권이 늘어나고 편의성도 개선된다는 것이 빅테크 측 주장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에 보험대리점업 진출을 허용하되 수수료를 공시하도록 하거나 상한선을 두는 등 견제 장치를 마련해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