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어촌 교회의 현실은 암담하다. 교인 10명 중 9명이 고령층이고 교회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은 평균 10명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목회자의 월 사례비는 150만원에 불과하다. 목회에 필요한 경제적 뒷받침이 부족하다 보니 교회를 폐쇄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나오는 현실이다. 그래서 각 교단은 농어촌 교회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주로 연례적인 선교비 지원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도움에 불과하다. 농어촌 교회의 장기적인 자립과는 무관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양봉’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봉은 꿀을 얻기 위해 벌을 키우는 일이다. 얼핏 보면 양봉과 교회 자립이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농어촌이라는 특수한 지역 환경에 들어맞는 최적의 자립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경기남노회 소속 정문규 목사는 “(양봉은) 주변 자연환경 자체가 사업장이어서 접근성이 좋고, 시간 조절도 비교적 자유로워 목회자에게 적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큰 자본이 없어도 소득을 새로 마련할 수 있고, 양봉 10통만 있어도 농업인이 될 수 있는 농업경영체 가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의 지원 정책을 활용하기도 쉽다는 평가다. 최근 정부는 6600억원 규모인 양봉 산업을 육성해 향후 5년 내 1조원 규모로 키우고, 현재 평균 4100만원의 양봉 농가 연간 소득을 5000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충북 보은에서 농촌 목회를 하는 이동근 목사는 양봉을 통해 힘을 얻었다. 초기엔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 목회를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양봉을 만나면서 지속가능한 목회와 가족부양이 가능하게 됐다.
이 목사는 “처음엔 연간 500만원 정도의 수입에서 지금은 연 5000만원 상당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교단 연금을 넣다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중단했는데, 양봉을 하면서 9000만원을 소급 지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 2명을 장가보냈고, 막내아들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학비도 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에서 자녀 4명을 키우며 농어촌 교회를 이끌고 있는 박금규 목사는 양봉으로 실질적 도움은 물론, 영적 교훈까지 얻었다. 박 목사는 “양봉이라는 분야에 뛰어들면서 느낀 점은 양봉이 목회에 유익하다는 것”이라며 “꿀을 얻기 위해서는 꿀벌보다 더 부지런해야 하고, 작업중 벌에 쏘이는 일이 많더라도 끝내 승리하리라는 정신 무장도 단단히 해야 한다. 이런 점들이 목회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기후 문제 등으로 양봉에 제동이 걸린 적이 있었다. 아카시아 꽃이 피었는데도 꿀 생산이 되지 않았고 흉년이 지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간 손해를 보충이라도 하듯 거의 모든 양봉 농가가 풍작을 거둬 웃을 수 있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 하나님은 일용할 양식을 주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예산=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