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수백만명이 투자한 ‘국민주’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지지부진하다. 삼성전자 카카오 현대차 등 100만명 이상 소액주주 보유 종목이 특히 큰 하락 폭을 보이며 평가손실을 본 개미들의 원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22일 주요 기업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소액주주를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592만명)로 나타났다. 카카오(204만명) 현대차(106만명)이 100만명 이상 소액주주 보유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97만명) SK하이닉스(95만명) 대한항공(88만명)도 소액주주가 100만명에 육박했다. ‘개미 픽’으로 선택받은 이들 종목의 주가는 시원치 않은 모양새다. 네이버의 경우 연초부터 이날까지 37만6000원에서 24만5500원으로 34.7% 폭락했다. 삼성전자(-23.7%) 카카오(-34.5%) SK하이닉스(-25.9%)도 하락 폭이 크다. 삼성전자는 이날도 장중 5만원대로 내려갔다가 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7월 초 22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가 최근 2500선을 회복하는 등 반등세지만 최근 상당수 기업이 ‘실적 쇼크’로 목표주가가 하향 조정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제시한 상장사 282곳 가운데 203곳(72%)의 목표주가가 6월 말보다 낮아졌다.
‘수익 보증수표’로 통하던 기업공개(IPO) 시장도 냉랭한 분위기다. 이날 코스피에 상장한 차량 공유 업체 쏘카는 공모가(2만8000원)보다 낮은 2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8607억원으로 주목됐던 ‘1조원 클럽’에 입성하지 못했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시장이 냉각되자 상장 계획을 백지화했다.
지친 개미들은 지속해서 증시를 떠나고 있다. 올해 초 200조원에 달했던 증시주변자금은 지난 11일 기준 167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8개월 만에 33조원이 증시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증시주변자금은 투자자예탁금,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신용거래융자 잔고 등을 합친 수치로,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 성격을 지닌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르면 내년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파적 입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시장도 한·미 간 금리 역전과 고환율로 추가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