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점령 아프간 속 기독인 1만여명이 위태롭다

입력 2022-08-23 03:02
아프간에 남은 기독교인은 1만명 이상이며 국제 사회의 전략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은 안전한 탈출구를 찾지 못해 아프간에 남았고 탈레반 강압을 피해 지하로 숨으면서 인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남침례교 교단지인 뱁티스트프레스(BP)는 탈레반 점령 1년간 아프간 기독교인들은 지하로 더 숨어들었고 인도주의적 지원은 크게 차단된 상태라며 인터내셔널크리스천컨선(ICC) 보고서를 인용, 지난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독교인과 소수 종교 인권을 위한 단체인 ICC는 최근 탈레반 점령 1년을 맞아 보고서를 발표했다. ICC는 보고서에서 아프간에 거주하는 기독교인 수가 1만~1만2000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는 비밀리에 예배하던 아프간 기독교인들이 탈레반 점령 후 대거 탈출했다는 초기 보고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수치이기도 하다.

ICC는 이전에도 아프간에선 기독교인이 가족이나 친구에게 배척당하는 등 신앙생활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미국의 관리 아래 자신들의 지역 사회에서 봉사하는 등 제한된 자유를 누렸다.

아프간 기독교 사역자 A씨(36)도 지난해 수도 카불에서 탈출 직전 국민일보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장악하기 전에도 아프간에서 기독교인의 삶은 힘겨웠지만 적어도 죽이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아예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ICC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이슬람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몰아내고 처벌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기독교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전화기를 압수하는가 하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에 이들이 정기적으로 참석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기독교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가족이나 친척에 의해 신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ICC는 기독교인이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도 아프간을 떠나지 못하는 데는 안전한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ICC 클레어 에반스 수석 매니저는 “아프간 안에 남아있든, 다른 곳으로 이주하든 아프간 기독교인들은 어디서든 인도적 지원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제 사회의 장기적인 인도적 지원 전략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프간에서 기독교인을 포함한 소수 종교에 대한 핍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24일 온라인 청문회를 가질 예정이다. 청문회는 아프간의 종교 박해, 미국 정책 및 미국 정부 조치에 대한 권고에 초점을 맞춘다.

USCIRF는 “탈레반이 이슬람을 강제하는 건 다른 신앙을 갖고 있거나 신앙이 없는 아프간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소수 종교 공동체는 멸종 위기에 처했고 일부는 보복의 두려움에도 신앙을 실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