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신학 지향?… 다양한 교회 어울려 나온 말

입력 2022-08-23 03:02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세대의 교회 대표들이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WCC 제공

세계 교회의 유엔이라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1차 총회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다. 2013년 10차 부산총회에 이어 9년 만이다. 총회에는 140여개국에서 5000여명의 총대가 참가해 세계가 당면한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불평등, 디지털 혁명, 평화와 정의 문제 등을 주제로 선교적 방향을 모색한다. 하지만 WCC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의 대표적 기구라는 점에서 적잖은 오해와 의심을 받아오기도 했다. 총회에 앞서 WCC를 톺아본다.

단일교회를 만든다고?

WCC는 ‘다양성 속 일치’를 지향하며 전 세계 교회들의 독립성을 존중해 왔다.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WCC는 단일 교회도 아니고 결코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고 규정했다.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한 지체다. WCC는 “회원교회는 서로의 영적 관계 속으로 들어가 서로를 배우고 도우며 그리스도의 몸을 굳건히 세운다”(강령 8항)고 밝힌다. WCC가 지향하는 건 ‘가시적 일치’다. 쉽게 말해 교파를 초월해 함께 성찬식을 나누는 걸 꿈꾸는 협의체다.

자유주의 신학을 지향한다?

WCC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교회는 신학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교회다. 반면 자유주의 신학을 추구하는 교회들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50개가 넘는 회원 교회가 각자 지닌 다양성을 강요하지 않는 게 WCC에서는 상식이다. 다만 다양한 교회들이 어울리는 모습 자체가 자유주의 신학의 한 단면으로 비칠 수는 있다. WCC에는 정교회 개혁교회 루터교회 성공회 침례교회 감리교회 오순절교회 미국장로교회(PCUSA) 미국감리교회(UMC) 캐나다장로교회(PCC) 캐나다연합교회(UCC) 호주연합교회(UCA) 스코틀랜드장로교회(COS) 독일루터교회(EKD) 등이 회원 교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개종 전도를 금지한다는데

선교는 WCC의 정체성이다. 2011년 WCC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 등과 함께 ‘선교에 대한 행동강령’에 합의했다. 이 문서에는 “전도를 할 때 ‘속임수’나 ‘물질 공세’ ‘강압적 수단’ 등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하는 건 복음을 배반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양 훔치기 전도’를 지양하라는 지적이었다. 이런 방침이 개종 전도를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 비친 셈이다.

WCC가 공산주의 집단?

러시아정교회를 위시한 공산권 국가 교회가 가입해 있기에 생긴 논란이다. 초창기 WCC는 ‘교회 연합체’를 지향하면서 “어떤 인간의 문명이나 이념도 하나님의 단호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면서 “복음은 인간의 이념을 우선하며 기독교인은 어떤 체제 속에 있더라도 그 책임과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산 게릴라 단체에 자금을 댔다는 건 미국의 반공주의자이자 근본주의자였던 칼 매킨타이어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그가 이끈 국제기독교교회협의회(ICCC)는 줄곧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백인 정권을 두둔했다. 당시 남아공 백인 정부를 대변하던 출판물인 ‘아프리카 인스티튜트 블레틴’에 실린 ‘테러 후원’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유엔을 비롯해 WCC와 영국교회협의회, 미국장로교까지 테러 후원 세력으로 분류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