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불티나는 경차… 9년만에 ‘짜릿한 질주’

입력 2022-08-23 04:04

소비자들이 다시 경형자동차(경차)를 찾는다. 가속화하고 있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에 신차 구입 대출 이자까지 치솟자 저렴한 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9년 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경차 판매량은 올해 반등할 게 유력하다.

2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경차 판매량은 7만8056대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5만5250대)보다 29.2%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촉발한 생산 지연으로 다른 차급의 신차 판매는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정반대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신차 등록대수는 70만51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현재 국내에서 경차로 분류하는 차종은 캐스퍼(현대자동차), 레이(기아), 모닝(기아), 스파크(한국GM), 트위지(르노코리아) 5개다.


경차는 과거부터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잘 팔렸다. 경차 시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 들어서 경차의 세제 혜택 등이 줄면서 판매량이 감소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다시 호황기를 맞았었다. 매년 증가세였던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0만2844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 흐름을 탔다. 2014년(18만6702대)에 전년(18만2021대)보다 소폭 늘어난 걸 제외하면 9년째 감소다. 2020년 10만대 선마저 붕괴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연간 10만대를 회복하며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차량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른 게 경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가파르게 오른 점도 한몫을 했다. 고유가 추세도 경차 판매를 부추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6월 5일 전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138원으로 연초 대비 516원이나 올랐다. 대표적 경차인 캐스퍼와 레이의 연비는 ℓ당 12~14㎞ 수준이다. 중·대형 세단이 대부분 ℓ당 10㎞ 남짓의 연비를 보이는 걸 감안하면 연료 절감효과가 크다.

경차의 유지비가 저렴한 점도 큰 경쟁력이다. 경차의 취득세는 차량 구입가의 4%로 일반 승용차(7%)보다 낮다. 유류비 지원 한도는 연간 최대 20만원에서 올해 30만원으로 늘어났다. 성능은 좋아졌다. 요즘은 신형 경차에 운전자 주행 보조장비가 대부분 들어간다. 대부분 차량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출고까지 1년 이상 걸리지만 경차는 1~3개월 안에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