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측은 호남에서 확인된 ‘대세론’을 반기면서도 마냥 즐길 수는 없는 분위기다. ‘민주당 안방’에서 30%대의 저조한 투표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비명(비이재명) 진영이 호남의 낮은 투표율을 근거로 차기 당대표의 정통성·정당성에 시비를 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발표된 호남 지역(광주·전남·전북)의 민주당 당대표 선거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은 35.49%로 제주(28.62%) 충남(31.87%) 대전(33.61%) 충북(34.39%)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았다. 이를 두고 비명 진영은 이 후보를 반대하는 당원들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 흐름에 아예 투표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한 중진 의원은 “호남의 낮은 투표율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소수의 강성 팬덤이라는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와 일대일로 맞붙고 있는 박용진 후보도 이날 전남 강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어제까지 민주당은 30% 남짓 소수 당원만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내로남불’ ‘소탐대실’(이라고) 비판받는 정치를 해 왔다”며 “결과를 책임질 당과 지도부가 당원 뒤에 숨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친문(친문재인)계 의원은 “낮은 투표율 속 이 후보의 독주는 추후 이 후보의 당대표 행보에 불리할 것”이라며 “치열하게 싸워 상대방을 이겼다는 정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낮은 투표율 때문에 지도부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방선거 때도 그랬듯 호남이 민주당 자체에 크게 실망해서 투표율이 낮은 것일 뿐”이라며 “이미 1차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입증됐듯이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세는 크다”고 자신했다.
다만 이 후보 측도 ‘정당성 시비’의 빌미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마지막 순회 지역인 서울·경기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호남 민심을 회복하는 것이 차기 당대표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김승연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