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안방’ 호남서 저조한 투표율… 개운치 않은 이재명

입력 2022-08-22 00:03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21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측은 호남에서 확인된 ‘대세론’을 반기면서도 마냥 즐길 수는 없는 분위기다. ‘민주당 안방’에서 30%대의 저조한 투표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비명(비이재명) 진영이 호남의 낮은 투표율을 근거로 차기 당대표의 정통성·정당성에 시비를 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발표된 호남 지역(광주·전남·전북)의 민주당 당대표 선거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은 35.49%로 제주(28.62%) 충남(31.87%) 대전(33.61%) 충북(34.39%)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았다. 이를 두고 비명 진영은 이 후보를 반대하는 당원들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 흐름에 아예 투표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한 중진 의원은 “호남의 낮은 투표율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소수의 강성 팬덤이라는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와 일대일로 맞붙고 있는 박용진 후보도 이날 전남 강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어제까지 민주당은 30% 남짓 소수 당원만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내로남불’ ‘소탐대실’(이라고) 비판받는 정치를 해 왔다”며 “결과를 책임질 당과 지도부가 당원 뒤에 숨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친문(친문재인)계 의원은 “낮은 투표율 속 이 후보의 독주는 추후 이 후보의 당대표 행보에 불리할 것”이라며 “치열하게 싸워 상대방을 이겼다는 정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낮은 투표율 때문에 지도부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방선거 때도 그랬듯 호남이 민주당 자체에 크게 실망해서 투표율이 낮은 것일 뿐”이라며 “이미 1차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입증됐듯이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세는 크다”고 자신했다.

다만 이 후보 측도 ‘정당성 시비’의 빌미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마지막 순회 지역인 서울·경기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호남 민심을 회복하는 것이 차기 당대표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김승연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