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22일부터 후반기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본연습에 들어간다. 1·2부로 나뉘어 실시되는 본연습에서는 한반도 위기가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전시 체제 전환 후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고 반격에 나서는 훈련이 진행된다. 특히 이번 UFS에선 남북 대화 기조에 따라 2018년 이후 중단됐던 연대급 이상의 연합 기동훈련이 재개된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와 군은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진행되는 UFS에서 북한의 국지 도발과 전면전에 대비한 국가 총력전 수행 능력을 키우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위기관리와 연합작전 지원 절차를 숙달하게 된다.
전시 체제 전환을 상정해 실시되는 1부 연습에선 북한군의 공격을 격퇴하고 수도권을 방어하는 군사연습을 진행한다. 2부 연습에선 수도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역공격과 반격 작전을 실시할 계획이다. 1부 연습 기간에는 2019년부터 한·미 연합 전력의 군사연습과는 별도로 재난 등 비군사적 위기 대비로 시행해온 정부 연습인 ‘을지연습’도 병행 실시된다.
특히 이번 UFS에선 원자력발전소에서의 폭발물 발견, 반도체공장 화재, 은행 전산망 마비와 같은 실전적 시나리오를 훈련에 적용키로 했다. 드론이나 사이버 공격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나타난 새로운 전쟁 양상도 함께 반영된다.
아울러 2018년 이후 중단됐던 연대급 이상의 연합 야외기동훈련도 부활한다. 과학화전투훈련(여단급)과 대량살상무기 제거 훈련(대대급), 공격헬기 사격 훈련(대대급), 특수전 교환 훈련(소규모) 등 총 13종의 야외기동훈련이 실시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상당 기간 축소 조정해 시행해 왔던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을 정상화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연합 방위태세를 근본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방어적 성격’의 훈련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침 전쟁 연습’이라며 반발해온 북한이 이번 UFS 시행을 빌미로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은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 성과로 ‘핵무력 완성’을 꼽으며 국가 위상이 최고 경지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짧은 기간에 성취했다”며 “국가의 존엄과 위상을 최고의 경지에 올려 세웠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의 이런 언급은 지난 19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핵은 국체(국가 근간)’ 발언을 뒷받침하면서 핵실험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가 완료돼 김 위원장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으며, 핵무기 투발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능 개량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UFS의 사전 연습 기간이던 지난 17일에도 평안남도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지난 6월 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무더기로 발사한 이후 잠잠했던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북한이 코로나 방역에 승리했다고 선언한 만큼 앞으로 1~2주 내 다시 미사일을 쏜다면 확실히 도발을 재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