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 영끌족 이자부담 줄어들까

입력 2022-08-22 04:04
연합뉴스

국내 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예대금리차)가 22일부터 매달 공시된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대금리차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되면 은행 간 금리 경쟁을 부추겨 금리 인하 효과가 일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질적인 대출 금리 인하 효과 대신 은행의 예·적금 상품 판매 경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별 예대금리차는 22일 오전 11시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다. 예대금리차는 매달 신규 취급한 가계·기업대출 가중 평균 금리에서 예·적금 등 수신 금리를 뺀 값으로 공시된다. 공시 대상은 은행별 기본 금리와 최고 우대 금리, 전 달 평균 금리다. 신용평가사 신용 점수가 50점 단위로 구분돼 평균 대출 금리와 예대금리차가 표시된다. ‘A은행의 신용 1000~951점 고객 대상 대출 금리는 3.7%, 예대금리차는 2.7%, 신용 점수 950~901점은 대출 금리 3.95%, 예대금리차 2.95%’로 공시하는 식이다.


공시 제도가 정착되면 급격한 예대금리차 확대를 막아 ‘영끌’ 대출자들의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승이 가파른 가운데 상승 속도를 일부 제한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주담대는 전체 주담대 중 81.6%(신규 취급액 기준)를 차지한다.

문제는 은행이 대출 금리를 내리는 대신 예·적금 금리를 올릴 경우다. 이렇게 되면 예대금리차는 확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대출 금리 인하 효과는 사실상 없게 된다. 실제로 최근 은행권은 예대금리차 공시 시행을 앞두고 예·적금 금리를 잇달아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주력 예금 상품인 ‘WON 플러스 예금’에 특별 우대 금리 0.3%포인트를 더해 1년 만기 시 최고 연 3.47%를 제공하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예·적금 기본 금리를 최고 0.6%포인트 인상했다.

이같이 예·적금 상품 경쟁만 가열되면 저소득층이나 대출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이 바라는 은행 간 대출 금리 인하 경쟁은 볼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금융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된 공시제 개선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저신용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인터넷은행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저신용자 고객이 많을수록 평균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인터넷은행의 이자 장사가 심하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별 평균 신용 점수를 함께 공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평균 신용 점수를 보면 중·저신용자 고객이 많아 예대금리차가 높다는 사실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며 “인터넷은행 중에서도 어느 곳이 중·저신용자 고객을 더 많이 수용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