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죄 안됨’-文부부 협박범 구속… “여야·보혁 고려 없었다”

입력 2022-08-22 04:08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현규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3개월 넘게 시위를 벌이며 전직 대통령 부부 등을 협박한 60대 남성 A씨에 대한 구속에는 대검찰청의 엄정 수사 방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검은 경찰 신청 영장이었음에도 극우 폭력시위 범죄의 처벌 필요성을 의견서로 제출했고, 검사가 직접 법정에서 구속 의견을 제시했다. A씨의 커터칼 위협 행위 이외의 과거 욕설 사례도 범죄사실로 보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은 ‘친윤’ 검사의 발탁으로 소개되지만, 이 후보자의 총장 직무대리 행보를 지켜본 이들 사이에선 “균형 측면에선 문제될 것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 부부 협박범 구속이 대표적이다. 사안을 아는 대검 간부는 21일 “대검이 일선의 자율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취지가 잘 전달된 결과였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그간 보고를 받고 지시하는 과정에서 여야나 노사, 진보·보수 문제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드라이브’를 걸어온 정책들은 검찰 입장에선 과오가 부각될 수 있는 불편한 내용도 있었다. 지난 5월 23일부터 총장 직무를 대리한 이 후보자는 이틀 뒤인 25일 일선에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유죄 판결이나 기소유예 처분으로 불이익을 받은 경우 재심과 재기 등 명예회복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소유예 처분을 ‘죄가 안 됨’으로 고치라는 것이었는데, 실무진이 미리 보고하지 않은 방안이었다고 한다.

법무부와 검찰이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군사재판뿐 아니라 일반재판으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 대해서까지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를 확대한 배경에도 이 후보자의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조치들은 이 후보자가 지역 현대사의 아픔을 공감한 결과들로 회자되기도 한다. 전남 보성 출신인 이 후보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중학 시절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차장으로 부임하기 전 제주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4·3 유족 및 단체 관계자들과도 직접 소통했다.

다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이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야당의 거센 공세가 예고돼 있다. 검찰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사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 야당이 크게 반발하는 내용의 수사를 다수 진행 중이다. 이후로도 검찰 수사를 둘러싼 편향성 시비가 빈번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그는 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검찰의 중립성은 검찰의 국민에 대한 신뢰라고 하는 가장 밑바탕이자 뿌리”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자신의 사법연수원 선배인 현직 고검장·지검장들에게 전화해 “검찰에 남아 도와달라. 합심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자”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기수 후배가 총장이 되면 선배들이 대거 물러나는 관행을 사전에 차단하고 조직 동요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