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여성들의 비율은 전체 교인 중 50%를 훌쩍 넘어선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교인 239만2919명 중 여성은 137만4838명으로 57%를 웃돈다. 예장통합뿐 아니라 대부분 교단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처럼 크다.
하지만 여성 장로나 목사의 수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물론 여성 안수를 허락하지 않는 교단에서는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입법과 결의권이 있는 ‘총회 총대’ 중 여성들의 비율은 대부분 교단에서 10%를 넘지 못한다. 교인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인 데 반해 중요 직책을 맡는 여성의 수가 극히 적은 건 상식에 반한다.
여성 지도력 ‘트릴레마’
교단 내 여성 지도력은 트릴레마(삼중고)에 빠져 있다. 여성들이 목사나 장로가 되는 좁은 문을 통과하더라도 책임 있는 직책을 얻지 못하고, 간혹 얻더라도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 안수를 허락하는 교단은 예장통합 예장백석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교회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여성 안수를 허락한 교단은 기감이다. 기감은 1955년 전밀라 명화용 등 여성 전도사를 목사로 안수했다. 하지만 여성 안수 67년을 맞은 기감조차 여성 목사가 연회 감독이 된 예는 없다.
여성들이 중책을 맡은 교단도 있다. 예장통합은 2019년 김순미 영락교회 장로가 부총회장에 당선됐다. 기장은 지난해 9월 열린 총회에서 김은경 익산중앙교회 목사가 총회장이 됐다. 하지만 제2, 제3의 여성 최고 지도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예장통합 소속 A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여성 목사나 장로 등 중직자의 비율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이들이 남성들과 경쟁해 가면서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성 할당제’ 대안일까
여성 할당제는 오래전부터 주요 교단에서 논의되던 제도로 몇몇 교단은 시행하고 있다. 남성들과 자연 경쟁에서 이기기 힘든 여성들을 위해 여성 의석을 따로 만들자는 게 골자다. 이런 제도가 없는 예장통합은 지난해 열린 106회 총회에 참석한 1500명 총대 중 여성이 34명으로 2.3%에 그쳤다.
제도를 도입한 교단들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2016년 연회·총회·입법의회 성별·세대별 15% 할당제를 도입한 기감은 2015년 18명에 불과했던 여성 총대가 2018년에는 167명으로 9배나 늘었다. 할당제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는 여성 총대 50% 할당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장로교(PCUSA) 2020년 총회에 참석한 총대 중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서울 B교회 C장로는 “노회에서도 여성 목사나 장로를 총대(총회 대의원)로 파송하자는 분위기는 있지만 여전히 안수받은 여성들의 수가 적어 파송하려 해도 사람이 없다”면서 “여성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섣부른 할당제가 오히려 교회 내 여성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여성 총대 수를 지금 수준에 묶어 버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성 지도력 트릴레마를 깨기 위해서는 여성계의 노력이 우선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교단 총회에 참석하기 전 여성 총대들이 따로 모여 총회의 주요 안건을 숙지하고 여성과 관련한 안건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면서 “총회에 참석해 수시로 발언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 거수기 역할만 해서는 여성 지도력 확대는 요원하다”고 조언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