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2일부터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봉인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본격적인 압수수색에 돌입한다. 지난 정부 핵심 인사들도 검찰의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직접 참관할 계획이다. 당시 청와대 내부 문건들이 대통령기록관에서 나오지 않을 경우 수사가 ‘자료 삭제’ 의혹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서울고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지난 19일부터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대통령기록관 측과 절차 협의를 거쳐 주말 새 자료 열람·분석을 위한 장비 설치 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1월 탈북어민 2명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가 외부 압력으로 조기 종료되고,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 북송됐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당시 청와대 내부 자료를 확인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검찰은 이날 서호 전 통일부 차관도 엿새 만에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의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엔 주요 피고발인 측도 참관할 예정이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유근 전 안보실 1차장 등의 변호인이 참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에서 당사자의 압수수색 참관권을 보장하는 만큼 검찰의 기록물 열람·분석 과정을 직접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발인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해 변호인 참관하에 확인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탈북어민 나포 및 강제 북송까지 일련의 과정을 재구성하기 위해 당시 국가안보실 내부 자료 확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탈북어민들에 대한 정부 합동보고서에서 ‘귀순’ 등 일부 표현이 삭제되고 ‘대공 혐의점 없음’ 등 표현이 추가됐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기록관에 이관된 관련 문서들과 내용 비교·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 내부 회의 자료 등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고 ‘행방불명’ 상태라는 의혹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앞서 현 정부 대통령실은 강제 북송 관련 자료가 현재 국가안보실에 남아 있지 않으며,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이관된 자료도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북송 관련 자료들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수사 방향은 자료 삭제 여부 및 지시자 규명 문제로까지 나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자료를 일일이 선별·열람해야 하는 특성상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종료까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