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20억원짜리 약 건강보험 적용

입력 2022-08-22 04:10

국민건강보험은 만족도가 매우 높은 사회보장제도다. 비교적 가벼운 질환인데도 외국에서 입이 떡 벌어지는 진료비 청구서를 받았거나, 의료비가 저렴해도 진료를 받으려면 장기간 대기해야 했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한 이들은 “우리 국민건강보험이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1963년 12월 도입된 후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꾸준히 제도를 보완해 온 덕분이다. 적용 대상 전 국민으로 확대, 조합별로 쪼개져 있던 재정 통합, 보험 적용 항목을 늘리는 보장성 확대 등을 통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도를 만들어왔다.

건보는 가입자들의 상호 부조로 작동되는 사회보험 가운데 하나다. 보험료를 내고 병·의원과 약국 등을 이용할 때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당장은 납부한 보험료만큼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큰 불만 없이 보험료를 내고 있는 건 나도 유사시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게다.

지난주 척수성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는 두 살 아이가 서울대병원에서 약값이19억8172만원인 졸겐스마를 투약했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두 돌 내 사망률이 90%나 된다는 희귀 질환인데도 약값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 약이 이달부터 건보가 적용돼 기회를 얻은 것이다. 부모가 부담한 의료비는 2박 3일 병실료 등을 포함해 85만원 정도였다니 그야말로 꿈같은 선물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생사가 달렸는데도 돈이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초고가 약 건보 적용은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논란거리다. SMA 환자는 국내에서 매년 20명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건보 적용이 되지 않는 다른 고가 희귀 신약들도 수두룩하다. 보험료 대폭 인상은 가입자들의 저항을 부를 수 있어 재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꼭 필요한 이들을 두텁게 지원하는 대신 건보 무임승차를 막고 과잉 의료 등 재정 낭비 요인을 줄이는 정교한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해법 아닐까.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