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현장 점검으로 복권 이후 경영 재개에 나섰다.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을 ‘기술 초격차’로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임직원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기흥캠퍼스는 삼성전자에서 1983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과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반도체를 시작해 오늘날의 삼성전자가 된 것처럼,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기술 초격차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부회장은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면서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8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R&D 전용 라인과 연구단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기공식 이후 화성캠퍼스를 찾아 DS부문 사장단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 및 리스크, 차세대 반도체 기술 R&D 진척 현황, 초격차 달성을 위한 기술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 간담회를 열었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과 직접 대화를 나누기는 2020년 8월 수원사업장 ‘워킹맘’ 직원 간담회 이후 2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어떠한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임직원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의사항을 경청한 뒤 직접 소통할 기회를 늘려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 활동에 제약이 사라진만큼 내부 조직 정비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에서 ‘우삼겹 숙주라면’으로 임직원과 함께 식사를 하고, 출근 전 아내에게 ‘이 부회장과 단독 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한 직원과 함께 사진 촬영도 했다. 간담회 후엔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