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후 각광받던 재건축시장은 요지경이 됐다. 요지경(瑤池鏡)이란 알쏭달쏭하고 묘한 세상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8·16 대책의 핵심은 향후 5년간 270만호의 신규 주택 공급, 민간 주도 도심권복합개발사업, 공공택지개발, GTX 조기 착공,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이다. 이 중 부동산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분야가 바로 재건축이다. 지난 10년간 서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그래서 윤석열정부는 선거 때부터 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와 역세권 개발, 규제 완화에 방점을 뒀다. 이는 공약집에도 잘 드러난다.
문제는 줄기차게 오르던 재건축 단지 가격이 8·16 대책 이후 지역별 양극화 현상으로 바로 나타난 현실이다. 서울 도심권재정비사업은 탄력을 받는 반면에 경기도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는 직격탄을 맞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1기 신도시의 부정적 반응은 폭발적이고, 뿔난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강남, 용산, 여의도, 목동 지구 등 인기 지역 재건축 단지 가격은 별무 영향인 데 비해 분당, 평촌 재건축 아파트는 1억~2억원씩 내린 급매물이 출시되고 있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왜 재건축은 늘 ‘뜨거운 감자’ 역할일까? 앞으로 재건축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과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수요자들은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황 진단, 시장 예측, 대응 전략을 하나씩 따져보자.
먼저 재건축 개념과 특징을 알아보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재건축은 노후 불량한 주택을 철거하고 새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기존 주택 소유자가 조합을 결성해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신규 택지 개발과 함께 도시 성장·발전의 2대 기본 정책으로 통한다. 아울러 도시 공간 구조와 주거 편리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즉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민관산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서울 등 수도권은 재건축이 도시 개발을 주도했다. 재건축한 새 아파트 단지가 향후 주거 선호도가 높을 뿐 아니라 가장 비싼 가격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스, 잠실엘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흔하게 목격된다. 도쿄 롯폰기, 뉴욕 허드슨야드, 파리 리브고슈, 런던 킹스크로스의 중심가는 대부분 재정비 사업 내지 도시 재생의 성공적 성과물로 꼽힌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운상가도심개발과 용산정비창 부지를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여의도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처럼 만들겠다는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재건축 정책은 향후 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까? 앞으로 1~2년 단기적으로는 도시와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른 모양새가 연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재건축 대책의 구체성과 알맹이가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인천, 경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대도시는 급물살을 탈 것이다. 그러나 1기 신도시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4년에 마스터플랜이 수립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거나 사업 자체가 지체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너무 실망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일러야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사업인 데다 며칠 전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추진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시사점도 있다. 과거 경험칙상 재건축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고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로또나 다름없는 대박 상품이지만, 반대의 경우 쪽박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있다는 교훈이다. 결국 재건축은 영원한 도시의 테마이고 고수익·고위험 개발 사업의 일종이라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재건축 소유자와 내 집 마련 실수요자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까?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수도권과 대도시의 조합원은 일단 장기 보유하는 전략 내지 버티기가 유리해 보인다. 새 정부 임기 중에 상당한 성과를 기대해도 좋겠다.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투자자라면 일단 연말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되 내년 이후 가격이 급락할 경우 급매물이나 경매를 통해 저가 매수하는 방법을 권한다. 최종적으로 어떤 단지를 매입할지도 중요한 선택의 관건이다.
참고로 필자가 특허기술로 개발한 아파트투자가치분석 앱 ‘살집팔집’에서 추천한 단지를 소개한다. 강남 지역은 개포한신, 대치2단지, 수서까치마을, 잠실주공5단지, 올림픽선수기자촌, 용산구는 한강맨션, 청화, 남산대림, 신동아, 양천구 목동 지역은 신시가지단지, 노원구는 상계주공단지, 월계미륭, 미성, 중계주공5단지가 각각 투자 가치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1기 신도시는 가급적 대지 지분이 넓은 아파트를 골라 주거와 투자를 겸비한 실수요자 관점에서 장기 투자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주거비도 아끼고 조합원 분양권도 확실히 보장받는 일석이조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 결론이다. 지금껏 발표된 새 정부의 재건축 정책을 살펴보면 규제 완화로 인한 개발 이익과 경제적 효과는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다른 자산보다 더 안전하고 초과 이익을 창출할 확률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건축 시 용도변경 허용, 용적률 상향, 층고 완화, 안전진단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선 등 규제 완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엔 집값 재상승, 투기 재연, 주거 대란 등이 몹시 우려되는 위험 요인으로 다가온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균형 개발, 지역커뮤니티시설 확충, 도시경쟁력 강화, 양극화 해소 등 시장 안정과 서민주거복지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마법 같은 묘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