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에게 객관적 통계자료를 제공해 변화하는 세상과 교회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겠다.” 지용근(60) 대표가 2019년 목회데이터연구소(이하 목데연·mhdata.or.kr)를 설립하면서 밝힌 목표였다. 최근 설립 3주년을 맞아 지 대표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목데연 활동으로 한국교회에 데이터가 본격적으로 들어왔다”며 “목데연은 매주 1만명이 넘는 목회자에게 교회와 사회 관련 통계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목데연은 기독교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기독교 전문 데이터 연구소다. 매주 화요일 이메일과 모바일메신저로 주간리포트 ‘넘버즈(Numbers)’를 구독자에게 무료로 발송한다. 지 대표는 “1만2000여명에게 이메일로, 4300여명에게 카카오톡으로 넘버즈를 발송하고 있다”며 “구독자 80%가 목회자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넘버즈는 156호까지 나왔다. 종교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통계를 주제별로 소개한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는 ‘미혼여성, 결혼하겠다는 사람보다 안 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제목으로 통계청의 혼인·이혼 통계, 미혼남녀 결혼 관련 설문, 한국인의 결혼관 그리고 자녀관 동영상, 낙태 등 최근 관련 통계 자료를 모아 재분석해 발송했다.
지 대표는 “설교를 준비하는데 넘버즈가 도움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가끔 설교 준비를 위해 통계 자료 문의를 하는 분도 있다”고 했다. 목데연은 지난 3년여간 다양한 기독교 기관과 한국교회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매년 한국 사회와 교회의 변화를 담은 ‘통계로 보는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교회’를 출간하고 주요 교단, 기독교 언론, 기관 등의 의뢰로 코로나19와 관련된 다양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또 대형교회의 펀딩을 받아 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말 이러한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연세대 사회학과 재학 시절 선교단체에서 활동했던 그는 1988년 갤럽에 입사해 지금까지 30년 넘게 여론조사기관에서 일한 전문가다. “대학 시절 선교단체 간사로 일하고 싶었지만 가족의 반대로 일반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내가 좋아하는 통계 관련 일을 하면서 마음 한켠에 늘 한국교회를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일반 조사기관에서 일하면서도 항상 기독교 관련 강의와 조사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지금도 일반 여론조사기관인 지앤컴리서치 대표 이사다. “갤럽에 입사해 미국 갤럽의 기독교 조사 자료를 접하게 됐다.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당시 한국의 기독교 조사는 거의 미개척 분야였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조사 통계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데 우리 연구소가 약간의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목데연 설립의 직접적 계기는 잘못된 통계가 검증 없이 사용되는 것을 목격하면서다. 지 대표는 “한때 목회자들 사이에서 대학생 복음화율이 5%라는 얘기가 돈 적이 있는데 우리가 학원복음화협의회와 5년마다 조사한 결과는 15%였다. 올바른 통계를 바탕으로 목회와 선교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이 ‘감’이 아니라 통계와 사실에 근거해 설교하도록 돕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평일에는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지앤컴리서치 대표, 주일에는 희성교회(박태웅 목사) 안수집사로 섬긴다. 지 대표는 “목회자는 매주 강단에서 한국 전체 인구 20%에 해당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교를 한다”며 “이분들에게 발송되는 넘버즈는 목데연의 가장 중요한 사역이다. 초안이 토요일에 나오면 저는 주일 오후부터 이 내용을 붙잡고 본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교회나 목회자 세미나에서 강의를 한다”고 했다.
지 대표는 짬짬이 시간을 내 소그룹도 인도한다. 힘들지 않냐는 말에 “나의 달란트를 한국교회를 위해 쓸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지앤컴리서치 매출은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지 대표는 “목데연은 돈과 상관없는 사역 단체로 시작했는데 목데연과 연결돼 들어오는 일들이 지앤컴리서치의 매출을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가 크다”고 했다.
지난 3년간 한국교회를 바라볼 때 아쉬운 점을 물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한국처럼 좌우 이념 분열이 심한 사회에서 통합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는 면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거리에서 커피를 나눠주거나 봉사를 할 때 교회 이름을 새긴 띠를 두르는 것보다 그냥 드러내지 않고 하는 게 더 좋다. 신뢰 회복을 위해 외적 성장보다는 기독교 본질을 추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목데연은 다음 달 개최하는 주요 교단 총회 때 한국교회 트렌드를 보여주는 책 ‘2022 한국교회 트렌드’를 낼 예정이다. 내년부터 갤럽처럼 분기별 한국교회 인덱스를 발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그는 목데연을 미국 최고 권위의 비영리 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로 만드는 꿈을 갖고 있다. “설문조사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려면 퓨리서치센터처럼 재정이 독립된 상태가 돼야 한다. 한국교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