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윗선 향하는 檢… 대통령기록관 하루 두 번 압수수색

입력 2022-08-20 04:03
검찰 관계자들이 19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을 위해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들어가고 있다. 검찰은 대통령 기록물 중 당시 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이 담긴 문서를 선별해 열람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뉴시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2명을 법적 근거 없이 추방하는 과정에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의사결정과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갈래의 검찰 수사들은 결국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핵심 인사들을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19일 오후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서울고법이 발부한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압수수색은 2019년 11월의 탈북어민 2명 북송 조치 관련 기록을 선별해 열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자료들이 이관돼 있는지 내용을 살피는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는 이번 압수수색의 핵심을 2019년 11월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청와대 대책회의 관련 기록으로 본다. 국가정보원의 고발장에는 어민 나포 2일 뒤인 2019년 11월 4일 노영민 당시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가 열렸으며, 이 회의에서 북송 방침이 결정됐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기록관은 지난달 이 회의록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일반기록물 검색 결과 확인되지 않는다”고 통지했다. 열람·검색이 제한되는 지정기록물로 지정됐거나, 애초 기록으로 생산되지 않았다는 답변이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앞뒤가 뒤엉켰던 당시 정부의 대응을 설명할 만한 자료가 발견될 것인지 주목된다. 당시 정부는 북송 결론을 먼저 내리고 사후에 정당화 명분을 찾았을 것이란 의혹이 있다. 청와대는 어민·어선 나포 이전부터 국정원에 중범죄 탈북민의 송환 전례를 문의했다. 서훈 전 국정원장은 합동조사 종료 이전 “중범죄자를 받아들여서야 되겠느냐”고 직원들에게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북송 집행 약 3시간 전 법무부에 법적 근거 검토를 의뢰했는데, 정작 통일부는 그 이틀 전 어민들을 송환한다는 대북통지문을 보낸 상황이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의사결정을 확인하려는 수사는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에는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태훈)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문재인정부가 ‘보상 없이 문 닫을 방안’을 찾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으며, 이때 청와대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봐 왔다.

법조계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의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기록물 검토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이 계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은 물리적으로 문건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열람하는 것이며,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많다”고 했다. 검찰이 9년 전 수사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의 경우 열람 뒤 야간에 기록관을 봉인하는 방식으로 91일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