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김순호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의 경찰 입직 경위를 놓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김 국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국장이 과거 노동운동을 함께했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된 게 아니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 국장은 이 같은 ‘밀정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대공 요원 특채 시험에 합격해 채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김 국장이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검증을 거쳐 경찰 고위직으로 승진한 점을 들며 엄호에 나섰다.
행안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행안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회의 시작부터 민주당은 김 국장을 집중 추궁했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김 국장의) 특채 사유를 알아보니 ‘대공 공작 업무와 관련 있는 자를 대공 공작 요원으로 근무하게 하기 위해 경장 이하 경찰공무원으로 임용하는 경우’에 해당돼 임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국장에게 “임용되기 전에 어떤 대공 공작 업무를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국장이 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한 것이 대공 공작 업무로 인정받았던 게 아니냐고 추궁한 것이다.
김 국장은 즉각 부인했고, 여당 의원들도 김 국장 임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경무관 승진 때 청와대 인사검증이 있었느냐”고 묻자 김 국장은 “수차례 받았다”고 답했다. 김 국장이 문재인정부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할 때 경찰 입직 경위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국장은 인노회 탈퇴와 관련해 “주체사상에 대한 염증과 두려움, 공포 때문에 전향을 하게 됐다”며 “이를 해소하는 길이 무엇인가 생각한 끝에 경찰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의 해명에도 “이런 사람을 검찰국장 시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야당의 지적이 계속되자 이상민 장관은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김 국장을 임명 제청했을 때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 “30년 전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갖고서 그 직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건 성급하지 않나”라며 교체 요구를 일축하다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이 장관은 “(김 국장이) 받고 있는 의문이 합리적인가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경찰국장이 아닌 다른 자리로 옮길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아직 (거취를) 고민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지난달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된 류삼영 총경도 회의에 출석해 이 장관을 작심 비판했다. 류 총경은 이 장관이 서장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했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공무원 입을 막아 정치 중립을 훼손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세력이 오히려 쿠데타 일당”이라고 답했다. 이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휴일에 사비를 들여 회의하는 사람을 (가리켜) 쿠데타라고 발언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을 공소시효 내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