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기획 두루 거친 ‘브레인’… 검수완박 환경 속 과제 산적

입력 2022-08-19 04:03
윤석열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 앞에서 입장을 표명한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이 후보자는 “검찰의 중립성은 국민 신뢰의 뿌리”라며 정치적 중립성 수호 의지를 밝혔다. 최현규 기자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발탁된 이원석(53·사법연수원 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국정농단 사건 등 굵직한 특수수사와 기획 분야를 두루 거친 검찰 내 ‘브레인’으로 꼽힌다. 지난 3개월여간 총장 직무대행으로 검찰 조직을 안정감 있게 이끌어온 데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도 친분이 두터워 검찰 안팎에선 “이변 없는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현직 고검장들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아 조직 연소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대 검찰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눈앞에 둔 데다 전 정권 수사를 원만히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 후보자는 18일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일에 비결이나 지름길은 있을 수 없기에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겸손하게 경청하고, 검찰 구성원의 힘을 합쳐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모든 힘을 다 쏟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 등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수사 호흡을 맞춰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201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재직 때는 ‘정운호 법조게이트’ 수사를 주도했으며, 검찰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한 장관과는 연수원 같은 반, 같은 조로 법조 경력 초반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 ‘대세론’이 나올 정도로 유력 차기 총장 후보였다. 자타공인 ‘워커홀릭’으로 알려진 그는 대검 차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전국 지청에 “앞으로 잘 해보자”는 독려 전화를 했다고 한다. 부장검사 시절 검사·수사관이 들고 온 기록을 하나하나 파란펜으로 고쳐준 일화도 전해질 만큼 후배들을 혹독하게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의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라고 평가했다.

다음 달 10일부터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시행되는 만큼 이 후보자는 임명 시 급변하는 수사환경에서 검찰을 이끌게 된다. 검찰 직접수사 대상은 기존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어드는데, 이에 맞서 법무부가 수사범위 축소를 최소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야당의 거센 공세를 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검찰 수사권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이 후보자가 국민 우려 불식을 위해 중립적인 검찰, 정의로운 검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은 물론이고 명확한 수사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이 후보자가 검찰 수장에 오르면서 제기될 공정성 논란을 헤쳐가는 일도 큰 과제다. 현재 검찰에는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등 전 정권 인사와 연결된 사건이 여럿 있다. 이 후보자는 “검찰의 중립성은 국민 신뢰의 밑바탕이자 뿌리”라며 “중립성이라는 가치를 소중히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오수 전 총장보다 7기수 낮은 신임 총장 지명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검찰 기수 문화에 비춰 이 후보자보다 연수원 선배 또는 동기인 검찰 간부들이 줄사표를 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대부분 간부들이 당분간은 ‘용퇴’하기보다 잔류를 택해 조직 안정화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