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분열은 필패, 뭉쳐야”… 이준석 “국민도 속고 저도 속아”

입력 2022-08-19 04:03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9명이 18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시작하며 당 내홍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는 의미로 허리를 숙이고 있다. 주 위원장은 “가급적 비대위는 구성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마음이 무겁고 처참하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첫 비대위 회의를 열고 “당에 갈등과 분열이 생기고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법정까지 가게 된 일 등 모두 국민과 당원들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하고서도 비대위를 꾸릴 수밖에 없게 된 현 상황과 관련해 새 지도부가 고개를 숙인 것이다.

주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당의 갈등과 분열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고, 새 정부를 제대로 견인해 조기 안착시키고 신뢰받도록 하는 데 소홀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는 가급적 구성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일”이라며 “(비대위를) 하더라도 빨리 끝내는 게 바람직한데 그런 점에서 마음이 무겁고 처참하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엄태영·전주혜·정양석·주기환·최재민·이소희 위원 등 비대위원 9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장에는 ‘혁신과 변화로 거듭나겠습니다’는 문구의 새 배경 걸개(백드롭)가 걸렸다.

주 위원장이 “우리가 잘못했고 앞으로 잘한다는 취지에서 인사드리고 시작하자”고 제안하자 비대위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주 위원장은 당원들을 향해 “뭉쳐야 한다. 분열한 조직은 필패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들도 책임을 통감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권 원내대표는 “당이 위기일수록 민생을 챙겨야 하고, 민생에서 성과를 낼 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혜 비대위원도 “2030세대 지지가 지속되게 처절한 노력을 해야 한다. 도로 자유한국당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날 사무총장에 재선의 김석기 의원을 임명했다. 수석대변인에는 초선 박정하 의원,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엔 초선 정희용 의원이 임명됐다. 비대위 출범 후 첫 고위 당정 협의회는 오는 28일 열린다. 고위 당정에선 수해 피해 지원과 추석 민생 대책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도 윤 대통령을 겨냥한 날선 비난을 이어갔다.

이 전 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국민도 (윤 대통령에게) 속은 것 같고 저도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자 “저는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고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빌려 윤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과의 두 차례 갈등을 봉합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통 큰 이미지가 강조되다 보니 ‘저런 건 당연히 우리가 털고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자신을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대표’로 표현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본 뒤 “그게 아니었던 것처럼 되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 취임 100일 평가에 관해선 “집을 분양했으면 모델하우스와 얼마나 닮았는지가 중요한데 모델하우스엔 금수도꼭지가 (달렸고), 납품된 것을 보니 녹슨 수도꼭지가 (달렸다)”라며 “그럼 분양받은 사람들이 열받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비대위 출범에 반발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올 예정이다. 서울남부지법은 “신중한 사건 검토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이번 주 내로는 결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강보현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