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發 ‘용도별 차등가격제’ 연내 도입

입력 2022-08-19 04:04
마트의 우유 매대 모습. 뉴시스

정부가 우유 가격 책정과 관련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올해 도입할 방침이라고 18일 밝혔다. 서울우유가 유제품 원료인 원유(原乳) 도매 단가를 기습 인상한 게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새로운 우유 가격 결정 체계를 만들어 이에 동참하는 낙농가에 정책 지원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앞으로 낙농진흥회를 통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희망하는 조합·유업체를 중심으로 이 제도를 조속히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흰우유에 쓰이는 원유 가격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치즈 등 가공 유제품에 쓰이는 원유는 시장 상황에 적합한 가격으로 책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수요·공급 상황과 상관없이 사료·인건비가 오르면 가격이 오르는 현행 ‘원유 가격 생산비 연동제’로는 저렴한 수입산 유제품과 가격 경쟁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해 가격 구조를 이원화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당초 낙농가와 합의를 통해 가격 결정 구조를 바꾸려고 했지만 서울우유의 인상 결정 탓에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 생산비 연동제와 올해 안에 마련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두 제도가 공존하는 가격 결정 체계가 마련될 전망이다. 박 차관보는 “두 가지 제도가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정부 재정 지원은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동참하는 낙농가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소속 1500여 낙농가의 경우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박 차관보는 “(서울우유와) 다른 농가를 똑같이 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올해 농식품부의 낙농가 및 유업체 지원 사업 예산은 1096억8000만원이다. 여기에는 학교우유급식 보조 예산이나 우유 수급 안정 관련 예산 등이 포함된다. 최근 긴급 편성한 농가 사료 구매 자금 등을 포함할 경우 지원 사업 예산은 더 늘어난다. 원유 가격 생산비 연동제를 따르거나 서울우유협동조합처럼 독자적인 가격 결정 구조를 채택하는 낙농가의 경우 이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 낙농가 반발이 예상된다. ℓ 당 900원대 원유로 만드는 국산 유제품이 ℓ 당 700원대 원유로 만드는 수입산 유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수입산 유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은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낙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제도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