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의 영성을 따라 읽는 ‘고요한 묵상’

입력 2022-08-19 03:06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 프랑스 수학자이자 철학자 파스칼은 회심한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는 1654년 11월 23일 밤 하나님의 십자가 사랑을 깨닫고 가슴속에 타오르는 ‘성령의 불’을 경험했다. 그는 이날의 영적 감동과 신앙의 결단을 양피지에 기록하고 윗옷에 꿰매 다녔다.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매번 이것을 다시 달았다. 그는 회심 이후 신앙인으로 살기를 소망했다.

팡세는 파스칼이 기독교가 진리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쓴 토막글 모음이다. “사람들은 기독교를 무시한다.…기독교가 이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순서에 대한 설명이다. 기존에 많이 읽힌 팡세는 편집자가 임의로 구성해 파스칼의 의도에서 멀어져 있었다. 팡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소현학술상을 받은 번역가는 파스칼이 직접 구성한 원전을 바탕으로 번역했다.

이에 따라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에서는 신을 떠난 인간의 비참에 이어 존재론적 불안감을 해소할 유일한 길을 조망할 수 있다.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이 비참하다는 사실을 안다는 데 있다” “이 무한한 우주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전율케 한다” “오직 하나님을 사랑하고 자신을 미워해야 한다” 등 파스칼의 문장은 우리를 깊고 고요한 묵상으로 이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