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대북 정책 밑그림인 ‘담대한 구상’의 일부 계획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담대한 구상’ 중 경제 부문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과의 “정치·군사 부문의 협력 로드맵도 준비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 중 정치·군사 부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가장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 내용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북한의 즉각적인 호응을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도 담지 않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남북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한 의지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밝힌 담대한 구상 중 경제 부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여섯 가지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북한의 국제교역을 위한 항만·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병원·의료 인프라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금융지원 등이다. 이들 내용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대통령실은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라는 카드도 꺼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제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한반도 자원·식량교환프로그램(Resources-Food Exchange Program)’과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 설립 등이다. 대통령실은 과거 대북협력 사업에서 1718위원회(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승인을 받아 제재를 면제받은 것처럼 ‘한반도 자원·식량교환프로그램’을 통해 제재 면제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1차장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 과정에서부터 경제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보장’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담대한 구상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담대한 구상이 대부분 경제 중심의 보상만 담아 포괄적 안전보장, 특히 군사적 안전보장에 예민한 북한 입장에서는 수용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비핵화와 경제적 유인책에 대해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며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은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비핵·개방·3000’과의 차별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핵·개방·3000이 경제에 국한한 것이라면 담대한 구상은 정치와 군사를 포괄해서 준비한 종합적 플랜”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신용일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