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지난 10일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누가 창당하려는 것 같다”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창당 및 정계 개편 가능성을 주장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당을 향해 이 대표가 계속 폭탄을 던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CBS 유튜브에 출연해 “(윤핵관은) 이렇게 해놔도 총선을 앞두고 뭐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 텐데, 정계 개편 이런 걸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자신을 축출하려는 시도가 법원의 결정으로 좌초될 경우 윤핵관 측에서 창당 등 정계 개편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제가 만약 지금 전당대회에 출마한 사람이라면 ‘저는 이번 전대를 통해 윤핵관과 그 호소인의 성공적 은퇴를 돕겠다’는 한마디로 선거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그러면 ‘십자가 밟기’가 진행된다”며 “윤핵관과 그 호소인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안 좋은 상황에서 그 말을 할 수 있는 자와 아닌 자로 선거가 구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오전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자신을 ‘이 XX, 저 XX’로 지칭했다는 것을 두고 “윤핵관과 그 호소인들이 저를 때리기 위해 들어오는 지령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사람들이 그걸 듣고 나서 ‘대통령이 이준석을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그러니까 쟤 때려도 되겠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100년 만에 나올 만한 당대표’ 그리고 ‘XX’, 이걸 조합하면 ‘100년 만에 나올 만한 XX’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이 대표를 “10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젊은 당대표”라고 호평했던 것과 앞뒤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성적에 대해선 “25점”이라고 박하게 평가했다.
수도권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을 대통령에게 핍박받은 첫 주자로 만드는 동시에 대통령이 잘못할 때 대안 세력으로 본인을 인식시켜 살길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결별 선언이냐’는 질문에 “결별 선언할 것 같으면 이렇게 안 한다. 내용이 센 게 없다”며 관계 개선의 여지는 열어뒀다. 자신의 ‘양두구육’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표리부동과 비슷한 얘기인데, 우리가 겉과 속이 다른 행위를 한 것 같아 정말 마음이 아프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의 ‘폭탄 던지기’가 계속되자 당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더 이상 ‘이준석 신드롬’은 없다”며 “정치판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1년 전 상황으로 착각하고 막말을 쏟아내며 떼를 쓰는 모습은 보기에 참 딱하다”고 일갈했다. 한 중진 의원도 “이 대표가 대통령이 썼다는 천박한 용어를 그대로 공개하는 영악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