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 윤석열정부는 임기 시작 때부터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출범 직후 고물가에 맞닥뜨렸고, 고금리와 고환율까지 ‘3고(高)’와의 싸움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대외 요인으로 인한 어려움이 컸다고 평가하면서도 경기 회복을 위한 민생 정책 추진에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를 기록한 뒤 6, 7월 연달아 6%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많이 소비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지난달 7.9%까지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상황으로 인한 유가와 곡물 가격 폭등에다가 코로나19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15일 “국민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뭔가 달라지겠구나’ 했는데 여전히 민생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정부 부채 증가, 외부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유와 식량 가격 인상 등 내우외환 상황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기를 지나는 국면에서 정부가 세운 긴축 재정 기조는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내년 본예산은 올해 추경을 포함한 규모보다 대폭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차 추경까지 합친 총지출 679조5000억원보다 예산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긴축 재정은 국민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집행 과정에서도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며 “그동안 재정을 많이 늘려온 만큼 앞으로 정부 지출을 줄이는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감세 기조의 세제개편안에 대해선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세 감면 정도가 경기를 살릴 만큼 파격적이지 않았다”며 “부가세를 건드리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평했다. 정부는 지난달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15년 만에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했다. 6%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과표 구간을 1400만원 이하로, 15% 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을 1400만~5000만원 이하로 각각 200만원, 400만원 올렸다. 소득세 과표 상향 조정은 감세를 뜻한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정책 묘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7%, 국제통화기금(IMF)은 2.3%로 예상했다. 한국 정부는 2.6%, 한국은행은 2.7%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2%대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 회장은 “경제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규제 개혁, 긴축 재정 등 방향은 괜찮은데 속도와 강도가 더디다. 노동 개혁, 연금 개혁 등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