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주춤하지만… 이곳저곳 대출받은 다중 채무자 늘었다

입력 2022-08-16 04:07
연합뉴스

최근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가계 빚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 비중은 오히려 더 커졌다. 특히 금리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과 노년층, 중·저소득자 비중이 더 많이 늘어났다.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1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자 중 22.4%가 다중 채무자였다. 지난해 말 22.1% 대비 0.3% 포인트 상승했다. 다중 채무자 비중은 제2 금융권에서 더 많이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다중 채무 비중은 대출 잔액 기준 76.8%, 차주 수 기준 69%였다. 지난해 말(75.9%, 67.5%) 대비 각각 0.9% 포인트, 1.5% 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은행 다중 채무자 비율의 경우 대출 잔액 기준 27.9%에서 27.6%로 0.3%포인트 감소, 차주(대출자) 수 기준 25.2%에서 25.4%로 0.2% 포인트 상승한 것에 비해 지표가 더 많이 악화했다. 2016년 68.9%였던 저축은행 다중 채무자 대출 잔액 비중은 2019년 72%로 커진 뒤 계속 확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다중 채무 전체를 연령대별로 나누면 40대 비중이 32.6%로 가장 컸다. 50대 28%, 30대 이하 26.8%, 60대 이상 12.6% 순이었다. 증가세는 3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7년 다중 채무자 중 30대 이하 비중은 23.9%였는데 올해 1분기 말 26.8%로 2.9% 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비중은 11.4%에서 12.6%로 1.2%포인트 상승했다. 40대는 35.2%에서 32.6%로, 50대는 29.4%에서 28%로 하락했다.

소득 수준별로 봐도 다중 채무자 중 고소득자 비중은 감소하고 중·저소득자는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된다. 2017년에는 고소득자 비중이 67.8%였지만 올해 1분기 말에는 65.6%로 2.2% 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저소득자는 32.2%에서 34.4%로 2.2%포인트 상승했다.

한은도 제2 금융권과 30대 이하 청년층, 60대 이상 노년층, 중·저소득자 다중 채무자 비중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낸 금융 안정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대출을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