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새로운 숨 불어넣는 계기 될 것”

입력 2022-08-16 03:03 수정 2022-08-16 13:20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에요.”

손원영(57·사진) 서울기독대 교수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기감 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손 교수의 이단성 여부를 심사했고, 그를 이단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세상을 향해 좀 더 열린 마음을 갖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거듭 말했다.

손 교수가 이단 시비에 휘말린 사건은 2018년 12월에 벌어졌다. 당시 그는 서울 은평구의 한 사찰이 ‘성탄절 설교’를 요청하면서 이곳에서 말씀을 전했다. 이후 그의 이단성 여부를 심사해 달라는 청원이 이어지면서 이대위는 심사를 진행하게 됐다.

손 교수는 2016년 1월에도 비슷한 의혹에 휘말린 적이 있다. 그즈음 경북 김천의 한 사찰에서는 한 개신교인이 사찰에 난입해 불상을 훼손한 사건이 있었다. 손 교수는 불자들에게 사과하면서 불당 회복을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서울기독대는 그가 우상숭배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 그를 교수직에서 파면했으나 손 교수는 오랜 법적 다툼을 통해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내면서 4년 8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대위는 심사에서 손 교수가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믿는다”고 재차 고백했으며, 사과의 뜻을 확실히 표시한 점 등을 참작해 이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손 교수는 “그동안 한국교회엔 이웃 종교와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 불가피함에도 이를 실천하면 이단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이대위의 결정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감리교단이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가진 교단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의 이단성 여부를 둘러싼 심사가 관심을 끈 이유는 과거에도 감리교단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어서다. 고(故) 변선환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과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가 1992년 출교 처분을 받았다. 30년 전 사건임에도 여전히 교단 안팎에선 변 교수를 ‘종교 재판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손 교수는 “만약 이대위에서 나를 이단으로 정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30년 전 벌어진 변 교수 사건이 재연됐을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좀 더 유연하게 세상에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기회를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